정동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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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8일 ‘야행 축제’ 개최… 성가수녀원 등 근대유산 29곳 개방

5월의 마지막 주말 밤은 한국 근대문화유산의 보고(寶庫)인 서울 정동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 서울 중구는 27, 28일 정동 일대 근대문화유산 29곳을 야간 개방하는 ‘정동야행 축제’를 연다고 19일 밝혔다.

대표적인 곳은 1925년 지어진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옆 성가수녀원. 외빈관 주교관 등 여러 채의 한옥으로 이뤄진 고전적인 건물이다. 국세청 별관이 철거되면서 서양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과 조화를 이룬다. 수녀들이 엄격한 규율을 지키며 생활하는 곳이라 평소에는 개방하지 않았다. 정동야행 기간인 27일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일반인에게 공개된다. 성가수녀원 뒤편 경운궁 양이재(養怡齋)는 1905년 세워져 황족과 귀족 자녀의 근대식 교육이 진행됐다. 1920년 성공회가 이 건물을 사들여 서울교구장 주교관으로 쓰고 있다.

구한말 서양 신문물의 도입지였던 정동의 옛 모습도 엿볼 수 있다. 덕수궁을 환하게 밝혔던 백열전구를 생각하며 꼬마전구를 이용해 등을 만들고 모스부호로 신호를 보내고 받는 체험도 한다. 고종이 즐겼다는 ‘가비(커피)’를 절구에 갈아보고 당시 신문사에서 사용했던 납활자판으로 우리 집 가족신문도 만들 수 있다. 시립미술관 앞마당에서는 인형극이 펼쳐진다. 바리스타가 꿈인 주인공 ‘정이’를 통해 아관파천부터 고종에 대한 커피 독살 시도 사건까지 역사적인 사실을 구현한다.

전문해설사와 함께 구 러시아공사관과 이화박물관, 정동제일교회, 배재학당역사박물관, 서울시립미술관, 덕수궁 중명전 등을 둘러볼 수 있다. 모바일 앱 ‘중구 스토리여행’을 이용하면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4개 언어로 해설도 들을 수 있다. 최창식 중구청장은 “지난해 19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정동야행은 지역의 대표 축제로 자리잡았다”며 “근대문화유산이 가득한 정동의 멋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정동#야행 축제#한국 근대문화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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