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학교 재건하며 나눔 실천하는 ‘5·18유족회’

  • 동아일보

지난해 지진으로 무너진 타라학교, 회원들 십시일반 모금해 6칸 복구
노트북컴퓨터-헌옷 등 기증하기로

네팔 타라학교 건물에 부착된 안내판.
네팔 타라학교 건물에 부착된 안내판.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타라학교를 지원해 주신 유족회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저희는 4개 교실을 새로 지었고 지금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쓰러진 학교를 재건하기 위해 많은 도움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올 3월 5·18민주유공자유족회에 네팔에서 보낸 영문 편지 한 통이 배달됐다. 타라학교 교장과 학생 대표가 쓴 편지였다. 연필로 꾹꾹 눌러 쓴 편지에는 유족회의 온정에 감사하는 마음과 함께 도움을 청하는 절절함이 담겨 있었다.

타라학교는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자동차로 3시간 떨어진 누아코트 지역의 마단푸어라는 산골 마을에 있다. 유치원, 초등학교를 한데 모은 학교로 학생 90여 명이 수업을 받고 있다. 지난해 4월 28일 네팔을 강타한 지진으로 학교와 마을은 큰 피해를 보았다. 교실 6칸과 교직원 기숙사가 폭삭 주저앉고 학생들의 집도, 마을과 외부를 연결하는 도로도 무너져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도 산골마을 주민들은 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양철 판으로 벽과 지붕을 엮어 임시 배움터를 개설했다. 마을은 폐허로 변했지만 학생들의 배움의 열기는 꺾이지 않았다.

이런 사정은 카트만두 교민회 사무국장인 이해동 씨를 통해 유족회에 전해졌다. 해외봉사활동을 계획하고 있던 유족회는 타라학교 재건 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1980년 5월 계엄군이 휘두른 총칼에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이들을 돕는 것이 5·18정신의 하나인 ‘나눔’을 실천하는 일이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정춘식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이 네팔 타라학교 관계자로부터 학교 재건에 감사하다는 내용이 담긴 감사패를 받고 있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 제공
지난해 11월 정춘식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이 네팔 타라학교 관계자로부터 학교 재건에 감사하다는 내용이 담긴 감사패를 받고 있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 제공
유족회는 지난해 11월 선발대로 정수만 전 유족회장(70)을 현지에 파견했다. 정 전 회장은 “마을에 가보니 교사들이 맨땅에서 합판에 분필로 써가며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며 “생각했던 것보다 사정이 더 심각해 지원 규모를 늘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총사업비 2500만 원은 광주시의 지원과 유족회원들의 모금으로 마련했다. 한정된 예산 탓에 본래 6칸이던 교실을 2칸만 복구할 예정이었으나 정 전 회장이 여비를 아끼고 회원들의 자비를 더 보태 4칸을 지었다. 건물 기둥은 철근 파이프, 벽면은 콘크리트, 지붕은 합판과 함석을 이용해 198m²(약 60평) 규모의 새 학교가 지어지자 주민들과 학생들은 뛸 듯이 기뻐했다.

정춘식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 등 회원 6명은 학교가 지어질 즈음 주민에게 건넬 헌옷과 새 옷 등 300여 벌을 들고 마을을 찾았다. 영어를 비교적 자유롭게 구사하는 주민들과 5·18민주화운동을 공유하기 위해 영문으로 된 관련 서적도 챙겨 갔다.

유족회는 학교 재건을 위해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는 편지를 받고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타라학교를 다시 찾기로 했다. 이번에는 교실 3칸을 추가로 지어주고 노트북 컴퓨터 2대와 헌옷 500여 벌, 한국어 교재 등을 기증하기로 했다.

유족회는 1980년 5월 광주시민 모두가 주먹밥을 나눠 먹으며 신군부 세력과 맞서 싸웠던 공동체 정신을 되새기기 위해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11년째 홀몸노인 100여 명을 초청해 식사를 대접하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정춘식 회장은 “타라학교 교실 신축은 유족회가 해외에서 벌이는 첫 봉사활동”이라며 “세계 여러 나라에 숭고한 5·18정신을 전파하는 사업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네팔 타라학교#5·18민주유공자유족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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