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殺人살균제’에 무책임 행정, 환경부장관 경질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2일 00시 00분


‘살인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해 국회가 어제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정부의 대책을 보고받았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장삿속만 챙기는 상혼과 제품 안전관리 법제 미비가 중첩되면서 있어서는 안 될 대규모 인명살상 사고가 빚어졌다”고 이번 사건을 규정하고 “법제가 미비한 것을 제때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말로는 책임을 통감한다지만 악덕기업과 제도 부실에 책임을 떠넘겼을 뿐, 윤 장관은 끝내 “죄송하다”는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가습기 살균제 속의 유해물질에 대해 유독성 검사를 사전에 했어야 한다는 의원들의 지적에도 윤 장관은 “유해화학관리법에 그런 조항이 없었다” “관리 대상이 아니었다”며 발뺌하기에 급급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보호하는 게 정부라는 점만 명심했어도 희생을 줄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단순한 정책 실패가 아니라 환경부 복지부의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질타한 데 대해서도 윤 장관은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폐 손상 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들어간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사람이 죽어갔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2011년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를 통해서였다. 그러나 2013년 2월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이 피해를 키운 측면을 부인하기 어렵다.

2013년 6월 국회 답변에서 윤 장관은 “현 정부 들어 피해자들을 도와드리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국가는 기업과 개인 간의 일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같은 해 7월 취임 100일 인터뷰에선 “인간의 예지 능력에 한계가 있고 가습기 살균제도 그런 범주의 문제”라며 “제조물책임법을 보면 현존 과학기술 지식으로 알 수 없는 것이라면 독일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면책을 해준다”고 살균제 제조업체 대변인 같은 말까지 했다.

환경부는 피해자 접수조차 지난해 말까지만 받겠다고 못을 박았다가 최근 검찰 수사 등으로 논란이 커지자 돌연 5월부터 추가 접수하겠다고 방침을 바꿨다. 피해자단체가 ‘가습기 살균제 참사 오적(五賊)’ 중 정부부처로는 유일하게 환경부를 적시한 것도 이런 장관의 무책임 행정 때문이다.

어제 윤 장관은 “안전관리 법제를 선진화하고 원인 미상 폐질환 발생 시 보다 광범위하게 인과관계를 조사했다면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막을 수 있었다”고 분명히 말했다. 자신의 잘못을 알았으면 윤 장관은 이제라도 물러나야 한다. 아니면 대통령이 경질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살인 가습기 살균제#옥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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