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 ‘최고 劍客’ 소리 듣던 홍만표 변호사의 추락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2일 00시 00분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해외 원정 도박사건의 변호를 맡았던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는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사건, 한보그룹 비리,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연루된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한 대표적 특별수사통 출신이다. 2011년 대검 기획조정부장 재직 당시 검경 수사권 조정에 항의해 조직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옷을 벗었다. 그런 능력과 기개를 평가해 검찰 내에선 ‘최고 검객’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2012년 변호사 개업 후에도 높은 ‘성과’를 올렸다.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월 7억6400만 원, 연 91억6800만 원을 벌어들여 법조인 소득 1위다. 전관예우 없이는 생각하기 어려운 소득이다.

홍 변호사는 2014년 정 대표의 마카오 300억 원대 원정 도박 혐의에 대한 2차례 수사에서는 무혐의 처분을 받아냈다. 검찰이 지난해 정 대표를 마닐라 100억 원대 도박 혐의로 기소했을 때도 회삿돈 횡령 혐의 적용은 막았다. 정 대표의 1심 보석 신청에 대해서는 ‘법원이 알아서 판단해 달라’는 검찰의 ‘적의처리’ 의견을 받아냈다. 항소심의 구형량은 이례적으로 1심 구형량보다 6개월 적은 2년 6개월이었다. 전관인 홍 변호사의 로비가 있었는지, 아니면 검찰의 전관예우가 있었는지 의혹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고 철저히 진상을 가려야 한다.

홍 변호사는 “정 대표로부터 수임료 1억5000만 원을 받았을 뿐”이라며 의혹을 부인한다. 검찰은 그제 탈세 혐의로 홍 변호사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항소심 변호인인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에 대해 3일 압수수색을 하고, 홍 변호사는 1주일이나 늦게 압수수색해 증거인멸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준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검찰 수사가 수임료 신고 누락을 이유로 탈세 혐의를 적용한 뒤 전관예우는 얼버무리고 가려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최고 검객 소리를 들으며 검사의 꽃인 검사장을 지낸 사람이 ‘전관예우 금지법’을 피해 1년 뒤 개업해 사건을 싹쓸이했다. 전관예우를 노린 검사도 추하지만 그것이 통했다면 검찰이 부끄러워해야 한다. 정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자 50억 원의 수임료에 최 변호사를 선임하고 대규모 변호인단까지 꾸려 법원 쪽의 전관예우를 시도했으나 실패해 분란이 났다. 법원에선 실패한 전관예우가 검찰에는 통했다. 검찰은 사즉생(死則生)의 자세로 홍 변호사를 수사해 이런 의혹을 낱낱이 밝혀 내야 한다.
#정운호#네이처리퍼블릭#홍만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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