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성 몰랐다니… 면피 급급한 옥시, 한국 떠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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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 “5년간 침묵하더니 쇼”… 옥시본사 임원 8명 살인죄 檢 고발
옥시대표 “독성? 검찰조사 결과 보자… 7월 패널구성해 보상금액 결정”

가습기 살균제 최대 가해 기업인 옥시레킷벤키저가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공식 사과와 추가 보상대책을 내놓는 
기자회견을 하는 도중 한 피해자 가족이 머리 숙여 사과하는 아타울라시드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 대표를 향해 물건을 던지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가습기 살균제 최대 가해 기업인 옥시레킷벤키저가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공식 사과와 추가 보상대책을 내놓는 기자회견을 하는 도중 한 피해자 가족이 머리 숙여 사과하는 아타울라시드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 대표를 향해 물건을 던지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2일 가습기 살균제 최대 가해기업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한국법인 대표가 공개적으로 사과하며 보상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살균제의 유해성을 몰랐다는 점을 강조하며 구체적인 보상책도 내놓지 않아 빈축을 샀다. 피해자 단체는 옥시본사 임원 8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 한국법인 대표이사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폐 손상을 입으신 모든 피해자분과 그 가족분들께 영국 본사와 한국법인을 대표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옥시 제품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된 점, 신속히 대책을 내놓지 못한 점에 책임을 통감한다”라고 말했다.

사프달 대표는 “전적으로 모든 책임을 지겠다”라면서도 구체적 보상 방법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이미 기탁 의사를 밝힌 100억 원의 기금은 살균제 피해 가능성이 낮은 3, 4급 피해자들과 협의해 쓰겠다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살균제 피해 가능성이 높은 1, 2급 피해자의 보상과 관련해서는 “7월 중으로 구성되는 패널이 피해자 의견을 반영해 보상 금액을 결정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제품 판매 당시 유해성을 몰랐느냐는 질문에 사프달 대표는 “알았다면 절대 팔지 않았을 것이다. 검찰 조사 결과를 두고 봐야 할 것 같다”라고 답했다. 가습기 살균제에 쓰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흡입하면 안 된다는 내용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옥시가 일괄 폐기했다는 단서를 확보했다고 검찰이 밝힌 것과는 상반된 발언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격렬하게 항의했다. 기자회견이 시작된 지 6분 만에 가습기살균제피해자가족연대 최승운 대표와 코에 산소 튜브를 꽂은 피해자 임성준 군(13) 등 8명이 회견장 안으로 들어와 “5년간 전화조차 안 받아주다 왜 이제야 나타났느냐”고 항의해 기자회견이 30여 분간 중단됐다. 임 군의 어머니 권미애 씨(40)는 “아이가 14개월 때부터 산소 호흡기를 달고 살았다. 이 아이에게 일어난 일을 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직후 최 씨는 단상에 올라가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면피용으로 하는 사과는 받아들일 수 없다. 옥시가 대한민국에서 철수하고 폐업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모임인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이날 옥시의 영국 본사인 레킷벤키저의 최고경영자(CEO) 라케시 카푸어를 비롯한 임원 8명을 살인 및 살인교사, 증거은닉 혐의로 전원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옥시의 사과에 대해 “국민적 불매운동이 겁나 쇼를 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피해자가족모임 측은 “옥시가 PHMG를 넣은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 판매한 책임이 있을 뿐 아니라 유럽의 꼼꼼한 안전관리 제도를 한국에서 적용하지 않은 이중 잣대가 큰 문제”라고 말했다.

최혜령 herstory@donga.com·임현석 기자
#유해성#가습기살균제#옥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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