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아버지 잃은 박여진양… 피해자 가족 지원프로그램 통해
태릉서 조준호 코치 등에 지도받아
4월 28일 경찰의 범죄 피해자 지원 프로그램(제2회 행복드림캠프)을 통해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을 찾은 인천체고 유도 선수
박여진 양(왼쪽)이 조준호 여자 유도 국가대표팀 코치에게 한 수 지도를 받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조준호 여자 유도 국가대표팀 코치(28)의 도복 목덜미를 잡고 가볍게 스텝을 밟던 박여진 양(16)이 조 코치의 허벅다리를 걸더니 뒤로 넘겨버렸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리스트를 상대로 한 시원한 한판이었다. 체육관 바닥에 쾅 하고 넘어가 주며 띠동갑 후배의 실력을 가늠해본 조 코치는 “자세도, 근력도 좋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 필승관. 인천체고 소속 유도 선수인 박 양은 조 코치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이원희 코치(35)에게 멘토링을 받았다. 두 코치는 박 양에게 “지난해 전국소년체전 입상자(3위)다운 실력이 있으니 조금 더 자신감을 갖고 운동하라”고 조언했다.
이날 박 양은 필승관 바로 옆 한국스포츠개발원에서 한 시간여에 걸쳐 근력과 유연성, 순발력 등도 측정했다. 두 코치에게 조언을 듣고 과학적인 장비로 자신의 신체능력을 알아본 것이 신기하다는 박 양은 “든든한 후원자였던 아버지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 운동을 그만둘까 고민도 했는데 스스로를 더 잘 알고 자신감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밝게 웃었다.
박 양은 경찰청과 문화체육관광부가 마련한 ‘제2회 행복드림캠프’에 초청받아 이날부터 2박 3일간 태릉선수촌, 잠실야구장, 워터파크 등을 돌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스케이트와 태권도, 승마를 배우고 프로야구도 관람했다. 이 캠프에는 박 양을 포함해 22가족, 72명이 참여했다. 박 양의 아버지는 지난해 말 불의의 교통사고로 가족의 곁을 떠났지만 이들 대부분은 강력범죄, 가정폭력 등 범죄 피해자 가족이다.
지난해를 ‘피해자 보호 원년’으로 선언한 경찰은 강력범죄와 4대악 범죄 등 각종 범죄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76억 원이 넘는 경제적 지원을 했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범죄로 인한 심리적 상처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문체부와 함께 행복드림캠프와 같은 문화 예술 스포츠 프로그램을 활용한 피해자 치유 활동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전국 7개 경찰서에서 진행하던 미술 음악 무용 연극 치유 프로그램의 규모를 지난해보다 2배로 확대하고 청소년에게는 별도의 스포츠 강좌를 들을 수 있게 하면서 정서 안정을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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