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세퓨’, 인터넷 떠도는 정보로 제품 제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9일 21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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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집계 기준으로 14명이 폐 손상으로 사망한 가습기 살균제 ‘세퓨’는 회사 대표가 인터넷 정보를 참고해 원료를 적당히 혼합하는 방법으로 제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퓨는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4개 살균제 가운데 단시간에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제품으로 지목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세퓨를 만든 제조사 버터플라이이펙트의 전 대표 오모 씨가 “여러 자료들을 참고해 살균제를 만들었다”고 진술했다고 29일 밝혔다. 살충방역관련 업계에 종사했던 오 씨는 2005년 세퓨 제조사인 버터플라이이펙트 법인을 새로 만들었다. 검찰 조사 결과 살균제에 관한 전문지식이 없었던 오 씨는 원료물질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를 대량 수입한 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보고 물을 적당히 배합해 ‘세퓨’를 직접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PGH는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레킷벤키저 가습기 살균제 제품의 주성분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보다 독성이 4배 이상 높은 물질로 알려져 있다.

직원이 10명 남짓이었던 버터플라이이펙트는 규모가 영세해 제조나 연구를 담당하는 전문 인력도 없었다. 오 씨는 인터넷에서 파악한 정보만으로 안전한 성분이라고 판단해 제품을 제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산품법에 따라 별다른 정부인증을 받을 필요도 없어 안전검사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세퓨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간 인터넷에서 ‘친환경 프리미엄 가습기 살균제’라는 홍보문구와 함께 무방비로 팔렸다. 오 씨는 출시 후 여러 곳에 판촉용 제품을 뿌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버터플라이이펙트는 기업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구멍가게 수준으로 사실상 가내수공업이었다”고 말했다. 세퓨는 ‘유럽연합 인증을 받은 최고급 친환경 살균 성분인 PGH 사용’, ‘인체에 무해하며 흡입 시에도 안전’ 등의 문구로 허위·과장 광고를 한 의혹도 있다.

한편 환경부는 28일 ‘가습기 살균제 조사·판정위원회’를 열어 가습기 살균제가 폐 이외의 다른 장기 등에 미치는 피해 조사를 본격화하기로 했다. 상관관계가 인정될 경우 피해 인정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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