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표지석 공모 당선작 구설수, 市 “업체능력 종합평가… 문제없어”
감사원 조사에도 6억대 사업 강행
해외 유명 이미지 공유 사이트인 ‘셔터스톡’에 공개된 인권 관련 디자인. 해당 디자인과 매우 비슷한 작품을 제출한 업체가 서울시 인권운동 현장 기념물 건립을 맡아 표절 논란이 일고 있다. 셔터스톡 캡처
서울시 인권운동 현장 기념물 건립을 맡은 업체가 지난해 사업자 선정 때 제출한 디자인의 표절 가능성이 제기됐다. 서울시가 표절 의혹에도 불구하고 해당 업체에 건립사업을 그대로 맡기자 감사원이 진상 조사에 나섰다.
서울시는 올 하반기 서울역과 평화시장 등지에 인권을 상징하는 표지석 및 조형물을 제작해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25일 밝혔다. 1980년 5월 15일 민주화 시위가 일어난 서울역 광장이나 노동운동이 있었던 평화시장 등 인권운동의 현장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기념물 제작업체 선정을 위한 공개 입찰을 진행했다. 사업비는 약 6억3000만 원. 3개 업체가 참여했고 심사 결과 S사가 사업권을 땄다. 그러나 S사가 제출한 디자인을 놓고 표절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한 이미지 공유 사이트에서 ‘인권’을 입력하면 두 손으로 사람의 옆얼굴을 떠받들고 있는 형태의 이미지가 검색된다. 이 사이트는 누구나 볼 수 있다. 문제가 된 S사 디자인은 이 중 한쪽 손의 이미지와 거의 똑같다. 지난해 입찰 때 A사는 디자인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1위에 선정됐다.
서울시는 최근 민원을 접수한 감사원이 조사에 나서면서 표절 의혹이 제기된 걸 알았다. 그러나 별다른 후속조치 없이 “업체 선정 과정에 문제가 없어 사업자를 바꾸지 않겠다”는 내용의 답변서를 감사원에 제출했다. 지난해 서울시가 입찰공고에 첨부했던 사업계획서에는 ‘제출한 제안서에 허위사실이 있으면 최종 선정 뒤 자격이 상실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업체의 디자인 역량을 측정하는 것이었을 뿐 제출한 디자인을 선택하겠다는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표절 논란을 의식한 듯 서울시는 S사와 함께 새로운 디자인을 검토 중이다. 한 디자인업체 관계자는 “디자인 역량을 평가하는 공모였다면 오히려 표절 문제에 더 민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사는 자사가 제출한 디자인과 비슷한 이미지의 존재를 올 1월 뒤늦게 알게 됐다면서 표절로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S사 관계자는 “해외 이미지와 흡사하지만 이를 표절로 판명하려면 전문가들의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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