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토익 의존 풍토, 과감히 뜯어고쳐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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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일 중앙대 영문과 교수
신동일 중앙대 영문과 교수
신(新)토익으로 난리법석이다. 응시료도 갑자기 높였다. 기업 관계자는 늘 토익 점수와 같은 스펙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지만 학생들은 신토익이 나오기 전에 토익 점수를 높여야 한다며 마음이 분주하다. 아직도 행정편의적으로 토익 점수를 제출하게 하는 기업들, 무책임한 시험 시행사, 시험산업을 방조하고 부추기는 전문가들 모두 문제다.

토익 응시생은 매년 200만 명이 넘는다. 어디든 누구든 토익 점수를 내라고 하니, 영어는 산업이 되었고 많은 청년에게 영어공부는 영어시험공부가 되었다. 대학은 졸업인증제 등을 이유로 관행적으로 토익 점수를 제출하게 한다. 영어특기자 전형으로 대학에 들어가려는 학생들은 수도 없이 같은 시험을 본다. 업무 내용이나 역량에 대해 별 고민도 없이 그저 토익 점수 낮다고 지원자를 탈락시키는 기업도 많다. 말로만 인재를 뽑는다고 할 뿐 모두 게으른 사람들이다.

행정적 관행으로 토익 고득점을 받은 지원자를 대우한다. 조금이라도 높은 시험 점수에 힘을 실어주니 청년들은 자꾸 신경이 쓰인다. 어디든 영어능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 제발 최저 수준의 시험성적만 평가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제발 솔직해지자. 토익 700점과 900점 받은 직원의 업무 역량이 그리 차이가 나던가. 청년들은 토익 따로, 진짜 영어공부 따로, 별개로 공부를 한다. 기업이 토익병만 치료해도 청년들 영어가 확 달라질 거다. 기업이 토익 중증에 걸려 있으니 대학에서도 교양영어 시간에 토익을 가르친다. 청년들이 정말 미래의 인재라면 왜 획일적으로 토익 성적을 내게 하는가. 시험 시행사는 이 문제를 정직하게 바라보자. 토익으로 언어능력이나 적성을 부분적으로 추론할 수도 있다. 그러나 토익 점수로 상대평가를 하고 점수 차를 과장하는 시험문화가 계속 방치되면 심각한 문제가 된다. 토익은 이제 공룡이다. 시험산업을 시장의 자율에 맡기기엔 정말 곤란한 지경까지 왔다. 파수꾼이 없다. 학계는 침묵을 떠나 시험산업에 동조하고 있고, 시민단체는 청년을 걱정하면서도 토익 따위엔 신경도 안 쓴다.

신동일 중앙대 영문과 교수
#신토익#토익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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