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명인열전]“제주의 비경, 드론-가상현실 이용해 널리 알려야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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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정념 드론오렌지 대표

정념 드론오렌지 대표가 한라산 백록담 정상에서 입체영상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주변 경관을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에 담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정념 드론오렌지 대표가 한라산 백록담 정상에서 입체영상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주변 경관을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에 담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드론(Drone·무인항공기)’이 지난해 산업기술이나 사회에서 주요 키워드로 급부상해 영역을 계속 확장하고 있다. 드론은 항공 촬영이 기본이지만 수색 및 구조, 우범지역 감시, 동식물 보호, 산불 감시, 택배 등 활용 범위가 넓다. 대규모 공사 현장의 진행 과정, 관광업체 현황 등을 공중에서 동영상이나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드론 특구’를 조성할 정도로 핫이슈다.

드론 시장이 팽창하는 가운데 올해 산업기술의 한 축을 긋는 또 다른 기술인 가상현실(VR)이 조명을 받고 있다. VR는 특수한 안경이나 장갑 등을 이용해 가상세계를 현실인 것처럼 체험하게 하는 기술. 매장 안을 걸어 다니며 쇼핑을 하거나 건물 안에서 전투를 하는 등 3차원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영화, TV에서도 머지않아 구현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삼성기어 VR를 대대적으로 홍보할 정도로 집중 투자 분야다.

○드론과 가상현실의 결합


정념 드론오렌지 대표(38)는 이런 두 가지 선도적인 기술 분야를 접목해 제주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는 청년기업가다. 2일 방문한 제주한라대 드론오렌지 산학연기술연구소에서는 드론과 VR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이 한창이었다. 컴퓨터 화면에서는 제주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항공 영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정 대표는 국내에서 드론 영상 촬영과 VR 제작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이들 기술 관련 산학연 연구사업을 진행하면서 특허 1건을 확보하고 5건을 출원 준비 중이다.

정 대표는 “VR 항공 촬영을 위해 많은 연구를 거쳐 항공 영상을 VR로 구현했다”며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이니스프리 중국홍보관 VR콘텐츠 항공 부문의 제작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드론오렌지는 요즘 ‘제주 하늘을 걷다’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단순한 평면 영상을 넘어 VR를 통해 360도 입체 영상으로 제주를 담는 프로젝트다. 관광객 등이 하늘을 걷거나 나는 듯한 기분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특수 안경을 쓰고 고개를 돌리면 그곳으로 장면이 이동하는 신기한 경험이 가능하다. 다른 업체나 기기의 360도 촬영과 달리 드론오렌지는 영상을 촬영하고 있는 드론의 모습이 화면에 잡히지 않는 기술을 보유했다. 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아 완벽한 영상을 보여줄 수 있다. 특히 드론의 움직임이나 바람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떨림이 없는 360도 동영상 촬영은 정 대표가 자랑하는 기술 가운데 하나다.

“성산일출봉을 방문하는 사람들 중 체력, 나이, 장애 등의 이유로 정상을 못 가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그런 분들이 VR를 통해 성산일출봉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그것도 하늘에서 바라보면서 가능합니다. 한라산 정상 백록담을 포함한 많은 관광지를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구석구석 누비는 관광객들도 자신이 닿을 수 없는 곳에서 비경을 경험하게 됩니다.”

정 대표는 날씨가 좋은 날이면 드론을 들고 항공 영상을 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평소 그냥 지나치는 장소에서도 하늘을 날면서 본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촬영한다. 낮게 나는 새의 시각으로 보는 제주는 어떤 매력으로 다가올까.

“제주는 사계절의 변화와 한라산이라는 랜드마크, 해녀문화와 더불어 특수한 가치를 많이 지닌 섬이죠. 인간의 발길이 닿지 못하는 곳에서 내려다보면 지금껏 우리가 보고 경험하지 못한 제주의 또 다른 가치를 발견합니다.”

정념 드론오렌지 대표가 카메라를 장착하고 띄울 드론을 살펴보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정념 드론오렌지 대표가 카메라를 장착하고 띄울 드론을 살펴보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 융·복합적 경험이 경쟁의 바탕


서울이 고향인 정 대표의 유년 시절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어릴 적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힘든 시기를 보내며 또래의 아이들과 다른 시간을 보냈다. 정 대표는 “친구들이 가지고 노는 게임기가 갖고 싶어 중학교 2학년 때쯤 건설현장에 처음 일을 나가 돈을 벌었다”며 “이 때부터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용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벽돌 나르기나 허드렛일이 기본이고 설거지, 목장 막노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장학금을 받으면서 건축공학을 전공하던 대학시절에는 건축물 투시도, 조감도 등을 당시로서는 드물게 컴퓨터그래픽(CG)으로 제작했다. 설계사무소에서 기술 강연을 할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다. 독학으로 익힌 컴퓨터 실력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독립적인 삶을 살던 정 대표는 1999년 홀연히 호주로 유학을 떠났다. “무작정 한국을 떠났어요.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않는 곳에서 무언가를 이룩해 보고 싶었죠.” 국제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기도 했다.

그는 호주 신학대에서 건축선교 등을 공부하던 중 사업에 욕심이 생겨 선교의 꿈을 접고 현장에 뛰어들었다. 전자부품 교환, 판매 등으로 사업 수완을 발휘하는 중 취미로 카메라, 캠코더를 가지고 다니며 영상을 찍었다. 2011년 귀국한 정 대표는 경기 성남시 분당에서 사업을 추진했지만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공해와 답답한 도시 환경이 호주와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그러다 여행에서 만난 제주는 날씨 조건이나 자연환경이 호주와 흡사했다. 제주에 정착하기로 마음먹은 이유였다.

호주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하나하나 제주에 접목하는 시도를 했다. 롯데제주호텔에 캠핑트레일러를 가져와 설치하기도 하고 건설장비 임대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그러다 한국의 양고기 소비가 급증하는 걸 보고 제주에 양 목장을 세우는 계획을 짰다. 뉴질랜드에서 전문가들을 데려와 사전 조사한 결과 제주가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는 결론을 내렸다. 양 사업은 양국 간 검역 문제로 일단 보류됐지만 이때 드론을 알게 됐다. 드넓은 방목형 축산농가에서 가축의 상태를 매일 관리하기가 어려운데 드론을 띄우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드론을 이용한 축산관리에 관한 특허를 딴 게 드론 사업의 출발점이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과 일에 대한 욕심이 오늘에 이르게 했습니다. 드론, VR 관련 기술의 접목으로 제주에 적용 가능한 산업은 무궁무진합니다. 관광객의 안전을 위한 시스템부터 산림 및 목장 관리, 무분별한 개발 행위에 대한 감시는 물론이고 해상 관리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회사가 안정 단계에 접어들면 VR 관련 관광산업에 맞는 새로운 영역에 진출해 보고 싶습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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