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이 생명” 시가 2억6000만 원 다이아몬드 사기극 결국…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일 16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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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보석 수입업자가 다이아몬드 판매 세계의 은밀함을 이용해 사기극을 벌이다 구속됐다.

A 씨(39)는 15년 전 친척의 도움을 받아 보석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는 007가방에 시가 25억 원 상당의 보석류를 항상 넣고 다녀 큰손으로 통했다. 그는 팔지 못한 보석을 전당포에 맡기고 돈을 융통했다.

A 씨는 지난해 6월 24일 오후 2시 서울시 종로구 한 카페에서 평소 거래하던 전당포 주인 B 씨(54)를 만나 엄지손톱 크기 8캐럿 다이아몬드를 맡기고 현금 1억6000만 원을 빌렸다. 희귀한 이 다이아몬드는 50원짜리 동전보다 약간 작은 크기로 시가 2억6000만 원짜리였다.

그는 2주일 뒤인 7월 6일 B 씨에게 ‘다이아몬드 구입하려는 고객이 있다’며 서울 한 호텔 커피숍으로 불러냈다. 그는 B 씨에게 ‘인근 보석가게에 판매를 위해 보여주고 오겠다’며 다이아몬드를 챙겨나갔다. 이후 호텔 화장실에 들어가 다이아몬드를 같은 크기 가짜 보석 큐빅으로 바꿔치기 했다.

A 씨는 다시 커피숍으로 돌아와 ‘판매에 실패했다’며 가짜 큐빅을 건넸다. 그는 지난해 7월 12~18일까지 B 씨에게 1억9000만 원을 빌리며 저당을 잡힌 루비, 사파이어 등 각종 보석 60개를 팔겠다며 가져간 뒤 연락을 끊었다.

A 씨가 4개월 동안 연락이 되지 않자 B 씨는 8캐럿 다이아몬드를 팔기 위해 감정을 받았다. 하지만 다이아몬드는 감별기에 대도 ‘삑’소리가 나지 않았다. 무게는 8.05캐럿이 아니라 14.1캐럿으로 2700원짜리 큐빅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B 씨는 8캐럿 다이아몬드를 금고 밖으로 꺼낸 것은 A 씨를 만났을 때가 유일하다는 것을 떠올리며 경찰에 신고했다. B 씨는 경찰에 신고하면서 A 씨의 혐의 입증에 자신이 없었다. 큰 다이아몬드 시장은 사는 사람, 파는 사람, 보석가게는 비밀유지가 영업원칙이다.

또 보석 전당포 업자, 수입업자도 마찬가지다. 행여 누가 큰 다이아몬드를 구입했다는 소문이 퍼지면 구설수에 오를 것을 우려해 쉬쉬하며 거래한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인터폴을 통해 A 씨가 지난해 7월 15일 홍콩 한 귀금속가게를 통해 8캐럿 다이아몬드를 일본 사람에게 판매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A 씨가 다이아몬드를 팔면서 홍콩에서 재 감정을 받은 것이 결정적인 단서였다.

전북 전주 덕진경찰서는 31일 A 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A 씨는 “비밀이 생명이 보석업계 관행상 홍콩에서 8캐럿 다이아몬드를 팔면 꼬리가 잡히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B 씨에게 피해를 입혀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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