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대학을 바꾼다]“ 미래인재 육성은 선택 아닌 필수” 총장들 팔걷어붙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융복합 인재 양성 노력” 대학의 살길 찾기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 절박한 인식

최근 대학들은 변화와 혁신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신입생 감소, 대학 재정 악화 등의 ‘위기’와 교육부의 잇단 대형 재정지원사업 발표 같은 ‘기회’가 번갈아 오고 있다. 이 때문에 각 대학의 수장인 총장들은 연륜과 경험, 혹은 패기와 새로운 시도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도약의 기회를 잡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미래에도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와 연구 성과를 내놓기 위해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한 인식 때문이다.

송희영 건국대 총장은 동아일보에 “교육 경쟁력을 강화하고, 창의성과 인성, 글로벌 시민의식과 종합 사고력을 갖춘 최고의 ‘융복합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대학의 책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올해 1학기부터 교양 교육을 전담하는 ‘상허(常虛) 교양대학’을 출범시켰다. 또 3월 새 학기 교양 교육과정도 대폭 개편했다. 올해 신입생부터 적용되는 이번 교양 교육과정 개편에 따라 교양과목 최저 이수 학점을 기존의 15학점에서 23학점으로 확대했다.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장학제도 개편으로 대학사회에 큰 화두를 던졌다. 염 총장은 “가장 필요한 학생에게 장학금이 돌아가야 한다”는 철학으로 성적장학금을 폐지하고, 필요기반 장학금을 대폭 강화했다. 고려대에 입학해서 등록금을 벌기 위해 학업을 중단하거나, 생활비 때문에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은 없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염 총장은 “장학금은 결과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배움의 기회를 넓히고 장려하는 데 쓰여야 한다”고 말했다.

유지수 국민대 총장은 대학 특성화의 지속적인 추진을 위해 국민대의 특수성을 반영한 사회수요 부합, 시너지, 핵심 역량을 학사조직 3대 설계원칙으로 정하고 조직을 재설계하고 있다. 유 총장은 “자동차, 소프트웨어, 전자 등을 주축으로 하는 엔지니어링 영역과 보안, 식품, 바이오를 중심으로 하는 융합과학영역, 그리고 인문, 건축, 경제를 아우르는 융합콘텐츠영역 등 3가지 전략적 영역을 선정했다”며 “건학이념에 맞는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태식(보광) 동국대 총장은 “동국대만의 특성을 살리는 데서 경쟁력이 나온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 총장은 중장기 발전계획 ‘비전 2020’을 발표했다. 한 총장은 “비전 2020에 담긴 5대 전략은 △재정 확충과 건실한 운영 △열린 교육과 글로벌 연구자 양성 △대학 본연의 가치 창출 △신바람 캠퍼스 구축 △병원 경영 효율화”라고 밝혔다. 한 총장은 취임 뒤 학내에 학생들을 위한 인권센터를 설치하는 등 학생의 권리향상에 힘쓰고 있다.

김낙훈 동덕여대 총장은 “여성에게 유리한 분야를 선정해 여대로서의 비교 우위 분야를 특성화하겠다”며 “뛰어난 여성 인재를 양성하도록 특성화를 추진했다”고 말했다. 동덕여대는 디자인과 패션의 중심지인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디자인연구센터를 설립했고, 공연 예술 분야 강화를 위해서 서울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에 공연예술센터를 설립했다. 또 국내 최초로 여성학 센터를 열고 도서관, 박물관을 건립하는 등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원윤희 서울시립대 총장은 “인문학을 포함한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통해 통섭적인 시각을 키울 수 있도록 자유융합대학을 2017년 설립한다”고 말했다. 원 총장은 교육혁신본부에 비교과센터를 설치하고 학생들의 다양한 비교과활동에 적절한 지원과 컨설팅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대학이 학생들의 각종 실적들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학생들의 자기개발은 물론 취업에도 도움을 주겠다는 의미다.

신구 세종대 총장은 공대의 강화를 강조했다. 세종대 공대는 학내에서 가장 늦게 설립된 단과대지만 지금은 2320명의 입학정원 중 50%의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신 총장은 “앞으로도 그 비중은 늘어날 것”이라며 “공대를 중점 적으로 육성하는 이유는 우리 대학의 발전과 우리나라 미래 산업의 역량이 우수한 공학인의 배출에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창의성 계발을 위한 공학연구동 ‘인벤션 센터’는 2018년 상반기에 완공될 예정이다.

한헌수 숭실대 총장은 융합특성화 사업을 통한 학문 분야 융합화를 추진하고 있다. 숭실대는 2015년 5개의 학문분야 특성화 사업단을 출범시켰다. 특히 ‘센서 네트워크 기반의 빅 데이터 소프트웨어 사업단’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사업단에서는 △소프트웨어학부 △스마트시스템소프트웨어학과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가 함께 ‘빅데이터 융합전공’을 구성해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한 총장은 “국내 최초 빅데이터 전문가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인문학 교육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김 총장은 “과학계는 2045년이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문학적 상상력과 사고력, 창의력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연세대는 신입생 전원이 1년간 송도국제캠퍼스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며 동아리 활동, RC프로그램 등 비교과 과정에 참여하도록 했다.

이남호 전북대 총장은 대학의 글로벌화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오프캠퍼스(Off Campus) 프로그램’을 도입해 학생이 졸업 전에 최소 한 학기 이상 다른 나라나 특정 지역에서 생활하며 현지 언어, 문화, 생활방식을 자연스레 습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전북대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수백 명의 학생을 외국 대학에 보내고, 현장형 어학수업과 기초 전공수업을 듣도록 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를 통해 현지에서 홈스테이를 하고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있다.

김기영 코리아텍(한국기술교육대) 총장은 “공대 중심 대학으로서는 드물게 지난해 ‘나우리 인성관’을 열어 전 학년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학생 상담 전담시간을 매주 한 시간씩 배정해 정기적으로 지도교수와 상담한다”고 밝혔다. ‘인성이 좋아야 훌륭한 인재가 된다’는 김 총장 철학이 만들어낸 프로그램이다. 김 총장은 “학업 만족도, 생활 만족도 등 종합지표를 개발하고 매학기 개선사항을 도출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중수 한림대 총장은 “전공 교육에서 융합 역량 배양을 위한 융합 전공 교육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문학 분야에서는 인문학적 소양을 지닌 창의인재 육성을 위해 르네상스인문학 융복합, 관광문화산업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해 동북아지역 융복합전공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한림대는 한림대의료원을 기반으로 ‘의생명과학 분야’를 특성화해 실용중심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또 산학 연계 교육과정을 확대하기 위해 2014년에는 헬스케어바이오제품, 유헬스ICT서비스 등의 융복합 전공을 신설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총장#대학을 바꾼다#융복합 인재양성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