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의 한 멀티플렉스 극장. 검표를 마친 20대 남성 6명이 수군대는 소리에 아르바이트생 이모 씨(25·여)는 재빨리 고객들을 쫓았다. “티켓을 한 번 더 확인하겠다”는 이 씨의 요청에 고객들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영화표를 예매한 뒤 좌석 정보가 담긴 화면만 저장해두곤 예매를 취소한 ‘얌체 손님’들이다. 이 씨는 “이런 고약한 손님을 적발한 게 이번 주에만 벌써 4번째”라며 “입장객들이 한꺼번에 몰릴 때면 스마트폰 화면을 꼼꼼하게 확인하지 못해 그냥 들여보낼 때도 적지 않다”고 한숨을 쉬었다.
최근 ‘모바일 얌체족(族)’이 늘고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앱)을 활용한 예약, 결제 서비스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것이다. 공짜로 기차를 타는 ‘무임승차족’도 그중 하나다.
서울에서 세종시에 있는 대학으로 통학하는 김모 씨(26)는 “돈을 내고 기차를 탄 적이 거의 없다”고 자랑했다. 김 씨가 쓰는 방법은 예약 후 기차 출발 전에 취소하기다. 그는 한때 아예 표를 끊지 않고 무임승차하는 방법을 써왔지만 차 안에서 검표하던 승무원에게 적발돼 혼쭐이 난 뒤로는 표를 끊었다가 취소하고 탄다.
그 대신 스마트폰에 나오는 예매 화면을 저장하면 마치 표를 끊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걸릴 염려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김 씨는 “내 주위에도 비슷한 수법을 쓰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런 행위는 엄연한 불법. 하지만 걸리면 “취소되었는지 몰랐다”고 잡아떼면 현장에선 어쩔 수 없이 다시 구매하라고 할 수밖에 없다. 모바일 앱에서 손가락 한 번의 실수로 취소될 수 있기 때문. 결국 안 걸리면 무사히 공짜로 영화도 보고 기차도 탈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당할 수만은 없는 법. 업체들도 나름대로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극장에서는 스마트폰 예매 화면에 한쪽으로 움직이는 문구를 배치해 실제 예매된 표인지를 알아볼 수 있게 했다. 캡처 화면일 경우 문구가 정지돼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코레일 역시 이와 비슷한 방식을 쓰고 있다.
이와는 다르지만 택시기사들도 ‘카카오택시’ 앱을 악용하는 승객들 때문에 난감해하고 있다. 승객이 앱에서 택시를 부르는 과정에서 실제 가려는 곳보다 먼 곳을 지정하거나, ‘콜’을 받고 현장에 도착하면 이미 다른 택시를 타고 가버린다는 것이다.
택시기사 권모 씨(55)는 “서울시청에서 경기 안양시까지 간다는 콜을 받고 부리나케 달려가 승객을 태웠는데 얼마 안 가 ‘남부터미널로 가자’고 말을 바꾸더라”라며 “‘택시가 안 잡힐까 봐 그랬다’는 변명에 허탈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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