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前법무장관·검찰총장까지 법 어기고 사외이사 맡다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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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대기업 주주총회 결과 김성호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과 송광수 김준규 전 검찰총장 등 검찰 고위직 출신의 변호사 10여 명이 변호사법을 어기고 사외이사를 맡은 사실이 드러났다. 변호사법 38조 2항은 영리법인의 이사가 되려는 변호사는 소속 지방변호사회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돼 있다. 장관, 총장까지 지내고 변호사로 고액 보수를 받는 이들이 ‘전관 보은’이나 대기업의 ‘방패막이’ 역할을 한다는 눈총을 피하기 위해 변호사회 허가를 안 받은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2013년부터 삼성전자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송광수 전 총장은 재임 중 삼성그룹의 편법 경영권 승계 및 비자금 수사를 지휘한 바 있다. 김준규 전 총장도 특혜 대출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된 NH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김성호 전 장관은 그룹 총수가 사법처리 돼 재판을 받고 있는 CJ 사외이사이고, 이귀남 전 장관은 기아자동차 사외이사다. 그런 법이 있는지 몰랐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법률전문가답지 않은 군색한 변명이다.

변호사법에 영리법인 사외이사로 취업할 경우 겸직 허가를 받게 한 이유가 있다. 법원이나 검찰 재직 중 재판 혹은 수사한 기업에 취업하는 이익 충돌을 막기 위해서다. 변호사가 대기업의 사외이사를 맡는 것도 사기업에 고용되는 것인 만큼 변호사법이 규정한 직무상의 독립에 반(反)하지 않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기업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변호사들의 적법성 여부를 전수 조사할 방침이라고 한다. 2013년에도 허가를 받지 않고 사외이사로 취업했던 전직 고위직 변호사가 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은 사례가 있다. 변호사회가 솜방망이 징계를 하니 불법 겸직 사례가 계속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징계 처벌 수위를 높여서라도 법조계에 만연한 전관예우 성격의 불법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
#사외이사#변호사법#전관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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