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임현석]‘준비 안된’ 엄마-아빠가 부른 비극… ‘부모 교육’ 서둘러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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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석·정책사회부
임현석·정책사회부
최근 한겨울 욕실에 어린 원영이를 가둬놓고 찬물과 표백제를 퍼붓고 죽음에 이르게 해 공분을 산 계모 김모 씨(38)는 ‘평택계모’ 또는 ‘락스계모’로 불린다. 평택계모 이전엔 2세 입양 딸을 폭행해 숨지게 한 ‘울산계모’와 8세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칠곡계모’가 있었다. 중학생 딸 시신을 집안에 방치한 엽기적인 사건도 목사 아버지와 계모가 저지른 일이다. 학대를 견디다 못해 집 밖으로 탈출한 ‘인천 맨발소녀’ 사건도 친아버지와 동거인이 문제였다.

연일 계모와 동거인이 아동학대 사건의 주범으로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면서, 드러내고 얘기하지 못할 뿐 재혼가정을 학대의 원인으로 꼽는 지적이 많다. 14일 오후 신원영 군 사건의 현장검증에서 엄마모임을 비롯한 지역주민들은 “제 자식이면 그랬겠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혼가정을 아동학대 문제의 원인으로 보는 심리인 셈이다.

사실 아동학대의 대부분은 친부모가 저지른다. 아이에 대한 무지와 아이는 자신의 소유물이니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개개인의 미숙함이 아동학대의 진짜 원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똑같이 미숙한 성인이라면 재혼가정이 육아에 더 어려움을 겪고, 아이의 행동을 오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숙명여대 유미숙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재혼가정은 의붓자식의 성장과정을 모르고, 행동패턴도 모르는 불리한 육아환경에 처해 있다”며 “오랫동안 아이의 감정을 조율해온 친부모와 달리, 아이의 행동이 예상되지 않아서 생기는 오해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똑같이 ‘싫어’라는 한마디를 들어도, 발달과정의 자연스러운 의사표현이라고 보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반항으로 여기거나, 의기소침해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의붓자식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몰라서 전전긍긍하는 재혼부부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육아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부모교육의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안동현 교수는 “초중고교 교육과정에 부모교육을 포함하거나 지방자치단체의 복지담당 공무원이 육아에 대한 어려움은 없는지 직접 방문해서 듣는 것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이런 교육이 필요한 이들을 지원하지 않았다. 학대아동뿐만 아니라 육아를 잘 모르는 재혼부부도 방치돼온 것이다.

임현석·정책사회부 lhs@donga.com
#엄마#아빠#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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