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환자들 응급실서 수술실이나 병실 가려면 평균 6시간 54분 대기

  • 동아일보

서울대병원은 20시간 기다려야
복지부, 2014년 7월∼2015년 5월 전국 응급의료기관 414곳 조사
과밀도 182%… 2년 연속 가장 높아

3일 오전 갑작스레 가슴이 쥐어짜는 듯 답답하고 머리가 어지러워진 진모 씨(70)는 가족의 부축을 받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하지만 응급실 대기실에 놓인 의자 50여 개는 이미 환자와 보호자로 가득 차 있었고, 전광판에는 ‘병상 31개, 진료 환자 77명’이라는 메시지가 떠 있었다. 진 씨는 3시간 뒤에야 혈액 검사를 받으러 잠깐 응급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어렵사리 순서를 기다려 초진을 받은 환자도 빈 침대가 없어 다시 대기실로 쫓겨 나오기 일쑤였다. 이날 오후 3시 대기실 휠체어에 앉은 채 수액을 맞고 있는 환자는 4명이나 됐다. 한 보호자는 “응급실에 자리가 나더라도 수술실이나 병실로 옮기는 데 최소한 꼬박 하루가 걸린다고 들었다”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싼 1인실 병실이 배정되면 대기실에서 밤을 새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2014년 7월∼지난해 5월 전국 응급의료기관 414곳의 응급실 실태를 조사한 결과 과밀도가 100%를 초과한 병원이 11곳이나 됐다고 3일 밝혔다. 이 중 10곳이 상급종합(3차)병원이다. 서울대병원의 응급실 과밀도는 182%로 전년에 이어 가장 높았다. 전북대병원(140%) 경북대병원(132%) 등 과밀도 상위 20곳의 평균치는 108%로 전년 같은 기간(107%)보다 심해졌다.

과밀도는 대형 병원일수록 심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정한 지역응급의료센터 125곳 중 3차병원의 평균 과밀도는 76%였고, 300병상 이상인 2차병원은 39%, 300병상 이하 2차병원은 15%였다. 대형 병원 응급실일수록 간이침대나 대기실 의자, 바닥 등에서 진료와 처치를 기다려야 하는 환자가 많다는 뜻이다.

권역·전문·지역응급의료센터 145곳에서 중증 응급환자가 수술실이나 병실 등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응급실에 머문 시간은 평균 6시간 54분 이다. 중증 응급환자는 사망률이 95%를 넘는 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다. 대기 시간은 중앙보훈병원이 23시간으로 가장 길었다. 부산백병원(21.2시간), 서울대병원(20.0시간) 등 10시간 이상 대기해야 하는 병원은 총 27곳이었다.

복지부는 응급실에 24시간 이상 체류하는 환자의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해당 의료기관의 센터 및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응급실 과밀도 ::


해당 응급실에 한 해 동안 환자들이 머문 시간의 총합을 ‘병상 수×365일×24시간’으로 나눈 것. 과밀도가 100%라면 응급실 병상 100개에 평균적으로 항상 환자 100명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는 뜻이다.

임현석 lhs@donga.com·조건희 기자
#응급실#대기#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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