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친일인명사전을 구입하라고 내려보낸 예산에 대해 일선 학교에서 집행을 거부하거나 보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시교육청의 강압으로 구입을 하더라도 도서관에는 비치하지 않겠다는 학교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의 한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25일 “관내 복수의 사립학교가 재단의 결정에 따라 친일인명사전을 구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통보해 왔다”며 “대부분은 구입에 협조적이지만 방학 등으로 행정 업무가 지연되고 있어 아직 정산 보고가 되지 않은 학교가 많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통보한 정산 보고 시점인 24일을 넘겼지만 여전히 상당수 학교가 구입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서울 성동구의 A고는 교사 10명으로 구성된 도서구입추진위원회가 친일인명사전 구입을 두고 논의를 벌였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 학교 교장은 “찬반 의견이 반반으로 갈려서 당장은 결정하지 못했고, 다른 학교의 추이를 봐서 구입할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도봉구의 B중도 친일인명사전이 사회적 논란이 있는 만큼 당장 구입하지 않고 다시 논의하겠다는 의사를 북부교육지원청에 전달했다. 일선 학교들은 친일인명사전을 구입하라고 압박하는 시교육청과 도서관에 비치하면 고발하겠다는 학부모 단체 사이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C고 교장은 “목적사업비가 내려왔으니 예산 편성은 하겠지만 실제 구입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교육청이 진정으로 원한다면 책을 직접 사서 학교에 배달하면 될 텐데 학교에 어려움을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D고 교장은 “사라고 하니까 사긴 하겠지만 교장실 창고에 놔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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