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태백시의 오투리조트 전경. 애물단지였던 오투가 최근 우여곡절 끝에 매각이 결정됐다. 이에 따라 오투는 민간 리조트로 새출발하고 태백시 역시 오투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태백시 제공
김연식 강원 태백시장(48)은 2010년 7월 취임하자마자 빚 독촉에 시달렸다. 태백관광개발공사가 운영하는 오투리조트(오투) 관련 부채에 대한 이자를 갚으라는 독촉이었다. 태백관광개발공사는 태백시가 만든 지방공기업으로 대출금의 일부를 태백시가 지급보증한 터라 태백시에 상환 책임이 있었다.
재선에 성공해 현재까지 시정(市政)을 이끌고 있는 김 시장은 전임자가 추진한 오투로 인해 6년 내내 고생했다. 극심한 재정 위기 극복을 위해 시장 업무 추진비는 물론이고 각종 행사비, 경상경비를 줄여야 했다. 선거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사회단체 보조금도 줄였고 레슬링, 육상 등 실업팀마저 해체했다. 시유지도 팔아 빚을 갚는 데 썼다. 오투와 관련해 김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가 청구되기도 했다.
이처럼 태백시의 애물단지였던 오투가 최근 부영주택에 매각됐다. 25일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최종 인가결정 등 법적 절차만 남아있다. 부영은 오투 시설을 활용해 골프와 스키, 휴양시설이 어우러진 레저타운으로 개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오투는 지방자치단체의 무리한 사업 추진이 재정에 막대한 피해를 안긴다는 교훈만을 남긴 채 민간 리조트로 새 출발을 하게 됐다.
오투 매각으로 태백관광개발공사는 해산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오투에 쌓인 빚더미는 4269억 원(2014년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갈 당시 채권 기준). 오투 조성에 투입된 4403억 원의 사업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와 비슷한 금액의 빚만 남은 셈이다.
오투의 부채 가운데 태백시가 지급보증한 1307억 원과 부영에 매각한 대금 782억 원을 제외한 금액은 고스란히 채권자들의 손실로 남는다. 태백시 부채 1307억 원(2014∼2016년 310억 원 상환해 현재 부채는 997억 원)은 올해 태백시 예산인 3111억 원의 33%에 해당하는 큰 금액이다. 태백시는 이를 분할 상환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생돈’을 떼이는 것 같은 쓰라린 심정은 감출 수 없다. 더욱이 상환 금액만큼 다른 사업을 추진하지 못해 사실상 큰 손실인 셈이다.
김 시장은 “오투 매각은 현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었다”며 “그동안 오투 문제를 수습하는 데 들인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생각하면 밤에 잠이 안 올 정도로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김 시장은 또 “그동안 오투로 인한 고통을 감내하는 데 동참해 준 모든 시민들에게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오투는 주민 고용 창출과 관광기반 시설 확충을 위해 추진됐다. 태백시 황지동 서학골 일대 583만3000m²에 스키장, 골프장, 콘도, 유스호스텔 등을 갖춰 2009년 10월 준공됐다. 그러나 사업 진행 과정에서 대폭적인 설계 변경으로 사업비가 늘어난 데다 분양마저 부진해 개장과 함께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고 지자체의 부실 경영 사례로 전국적인 오명에 시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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