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해소” 손톱만한 블록, 직장인에 인기끌자 싼 중국산 유입
부품 모자라고 쉽게 부서지고…설명서도 없는 불량품에 불만 폭발
나노블록 부품이 모자라 그림과 실제 모형이 다른 점을 지적하는 동영상의 한 장면. 도널드덕 배 부분(점선 안)부품이 없어 다른 것으로 대체했다. 유튜브 영상 캡처
한 시간을 공들여 만든 ‘도라에몽’은 결국 한쪽 다리가 없는 미완성품이 됐다. 부품 두 개가 모자랐다.
잡념을 잊기 위해 틈틈이 나노블록(nano-block·초소형 조립식 장난감)을 조립하고 있는 직장인 박슬기 씨(30·여)는 최근 들어 쉽게 부서지거나 아예 부품이 모자라는 불량품 탓에 분통이 터질 때가 많다. 박 씨는 “중국산 아홉 개를 샀는데 그 중 두 개가 부품이 모자랐다. 만들 때도 잘 부서져 행복감보다 허탈감이 클 때가 많다”고 말했다.
나노블록은 대표적인 ‘키덜트(어른 아이)’ 상품으로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좋아하는 캐릭터를 조립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기에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나노블록의 인기에 편승해 중국산 불량 모방 제품이 대거 유입되고 있어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박 씨처럼 부품이 모자라거나 설명서가 없는 불량품 탓에 기분이 상했다는 경험담이 줄을 잇고 있다. 직장인 김재승 씨(29)는 “축구동호회 회원들이 단체 토론방에 자신들이 만든 나노블록 사진을 올렸는데 총 20개의 제품 중 3개를 부품 부족으로 완성하지 못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나노블록은 부품 하나가 5mm나 8mm 크기이며 설명서에 따라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의 장난감 모형으로 조립할 수 있다. 나노블록은 일본 완구업체 ‘가와다’의 독점 상표다. 이를 정식으로 국내에 유통하고 있는 업체는 ‘재미니아’이다. 만화 캐릭터로는 포켓몬스터, 그 외 파리 에펠탑 등의 건축물 모형을 판매한다.
23일 G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나노블록이 포함된 블록 상품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359%가 증가했다. 하지만 대부분이 중국산 모방 제품이었다. 캐릭터 라이선스 계약을 하지도 않고 미키마우스, 원피스 등 300여 종에 이르는 상품이 나노블록이란 이름으로 포장돼 판매되고 있다. 본보가 이날 나노블록 판매 사이트 3곳, 총 83개의 제품을 조사한 결과 모두 캐릭터 이름이 진짜와 다르게 표기돼 있었다.
한 완구업체 대표는 “중국산은 정품 가격(1만3000원)의 10∼15%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패키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마이크로 블록’ 등으로 씌어 있다”며 “대부분 캐릭터 사용 라이선스를 계약하지 않은 것들이라 도라에몽은 도라에냥, 피카츄는 번개소년 등으로 교묘히 이름을 바꿔 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방 제품이다 보니 불량품이 속출했다. 중국 업체들은 가와다의 나노블록을 본떠 금형(金型)을 만들고 부품을 찍어 낸다. 하지만 5∼8mm 크기의 작은 블록을 완벽하게 재현하기 힘들어 불량품이 나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중국산 불량 모방 상품의 불법 유통을 막기 위해 저작권보호센터가 나선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위임을 받아 4월 라이선스 계약을 맺지 않고 유통되는 중국산 모방 상품의 실태를 대대적으로 조사해 처벌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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