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조합 ‘政피아 이사장’ 결국 탈락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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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오인수 내정자 첫 불승인

해양수산부가 한국해운조합 이사장으로 내정됐던 오인수 씨(60)를 승인하지 않았다고 28일 밝혔다.

해수부는 “2093개 해운선사 단체인 한국해운조합의 이사장직을 수행하기에 오 씨는 전문성이 부족하고 조직 관리 능력도 미흡하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이사장 선출은 원점에서 다시 이뤄지게 된다. 해운조합이 이번 불승인에 담긴 의미를 잘 파악하길 바란다”고 했다. 해수부가 해운조합 이사장 내정자에 대해 승인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한 대의원은 “차라리 잘됐다. 애초에 말이 안 되는 거다. (부적격인) 그 사람이 와서 뭘 하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대의원은 “현재 이사장이 공석인 게 1년 8개월이나 됐는데, 더 길어지면 조직 운영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25일 해운조합 임시총회를 통해 20대 이사장 후보로 내정됐던 오 씨는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의 현직 수석보좌관이란 점에서 정치권 출신 낙하산인 ‘정피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오 씨는 1996년부터 세 명의 국회의원 정책보좌관을 지냈고 2004년부터 2012년까지는 경기도 문화의전당에서 경영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해운업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을 해온 것이다. 여기에 이사장 선출 투표에 참여한 대의원들이 ‘해운조합 회장으로부터 오 씨를 찍으라고 압박을 받았다’고 밝혀 현직 회장의 선거 개입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해운조합은 선박의 안전점검을 책임지는 곳이지만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 당시 화물 적재량과 선원 및 승객 수를 허위로 적어내는 것을 적발하지 못했다. 국내 여객선의 선령(船齡) 제한을 35년으로 늘려 노후 선박인 세월호가 수입됨으로써 사고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특히 1962년 출범 이후 해운조합 이사장 12명 중 10명이 해수부 퇴직 관료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해피아(해수부+마피아)’ 논란이 강하게 일었다. 이런 홍역을 치른 후 1년 8개월 만에 새로 선출한 이사장 내정자가 직무 경험 없는 정치권 낙하산이란 사실에 해수부도 크게 당혹했고 결국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한국해운조합#오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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