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결국 세종시로 떠나는 해경본부

  • 동아일보

정부, 이전에 필요한 예비비 통과… “北도발 등 현실 무시한 탁상행정”
시민단체들 대책위 구성 반대 나서

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이 해경본부 이전에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청사 정문 앞에 걸어 놓았다. 이 청사에는 해경본부와 인천해경서 등을 지휘하는 중부본부 소속 경찰관 4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이 해경본부 이전에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청사 정문 앞에 걸어 놓았다. 이 청사에는 해경본부와 인천해경서 등을 지휘하는 중부본부 소속 경찰관 4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40년 가까이 인천에 컨트롤타워를 두고 한국의 해상 치안을 담당해 온 해양경비안전본부(옛 해양경찰청)가 정부 방침대로 결국 세종시로 떠나게 된다. 정부가 최근 본부 이전에 필요한 예비비 사용을 통과시켰다.

1953년 내무부 치안국 소속 해양경찰대로 출범한 해경은 당시 부산에 본부를 뒀다가 1979년 인천으로 이전해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9월 현재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해경본부를 이전하는 방침을 세웠다. 해경본부의 상급기관인 국민안전처와 인사혁신처를 3월까지 세종시로 옮기는 계획을 행정 예고하면서 산하기관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해경본부도 이전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인천항만물류협회와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등 시민단체들은 ‘해경본부 인천 존치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조직적인 반대운동에 나섰다.

배준영 인천항만물류협회장은 “해상 치안을 전담하는 ‘종합 컨트롤타워’인 해경이 바다를 떠나 국토 한가운데인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은 “매년 서해 5도를 포함해 인천 앞바다에서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이 극성을 부리고 있는 데다 북방한계선(NLL)을 두고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이라고 정부를 압박해 왔다. 인천지역 국회의원들도 지난해 말까지 해경본부 이전에 필요한 예산안 편성을 막아 이전 작업이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것처럼 보였다.

정부는 이전 비용을 국회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는 예비비로 충당하기로 했다. 19일 국무회의를 열어 ‘국민안전처 세종시 이전 예비비 사용에 관한 건’을 통과시켰기 때문에 2월부터 이전 작업이 본격화될 예정이다.

앞서 국민안전처는 4일 기획재정부에 이전에 따른 예비비 300억 원을 신청했지만 기재부는 240억 원을 책정했다. 인사혁신처는 57억 원을 배정했다. 선박의 경로를 실시간으로 체크하는 위성통신 시스템 같은 장비는 이전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종합상황실과 같은 일부 부서를 제외한 해경본부는 4월까지 이전할 것으로 보인다.

해경본부가 이전하면 지하 2층, 지상 10층 규모(면적 2만8000m²)의 청사는 인천과 평택, 태안, 보령 등 4개 해양경비안전서를 지휘하는 중부해경본부가 사용하게 된다. 지은 지 오래된 중구 연안부두 인근 청사를 사용하고 있는 인천해경서와 함께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은 여전히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4월 실시되는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해경본부 이전 문제가 쟁점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인천시 관계자는 “정부가 2000년에도 해경본부를 대전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당시엔 인천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반대에 부닥쳐 무산됐다. 이번에도 이전의 부당성을 알리고, 정치권과 공조해 예산안 통과도 막았지만 결국 이전하게 돼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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