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베이징 올림픽 역도 금메달리스트인 사재혁이 작년 말 대표 출신 후배인 황우만을 광대뼈가 함몰되도록 폭행한 사실이 드러나 바벨을 놓게 됐다. 황우만은 작년 초 태릉선수촌에서 사재혁에게 맞은 일을 외부에 말했다는 이유로 이번에 또 폭행당했다고 한다. 그는 3년 전에도 선수촌에서 다른 선배한테 맞은 일이 있다고 했다. 이번 일이 어쩌다 일어난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체육계 폭력이 그만큼 물 밑에서 만연해 있다는 얘기다.
국내 엘리트 스포츠는 종목별로 선수와 지도자들이 학연 지연으로 얽혀 있어 구타 사실이 외부로 흘러나오기 쉽지 않다. 일부 지도자와 선수들 사이에선 맞고 나면 경기력이 좋아진다고 여기는 전근대적인 의식이 여전히 대물림되고 있다. 사재혁 같은 금메달리스트의 폭력은 감독도 통제하지 못하는 스포츠계의 문제도 심각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작년 2월 스포츠계의 폭력과 성폭력, 승부조작 및 편파판정 등을 4대 악으로 규정하고 신고센터까지 설치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한 태권도 선수의 아버지가 편파판정에 항의해 자살한 일을 거론하며 조사를 지시하자 문체부는 체육단체 특별감사를 벌인 적도 있다. 하지만 정부는 공금횡령이나 승부조작 몇 건을 밝혀냈을 뿐 선수촌 폭력은 알아내지 못했다. 정부의 무능 탓인지, 알고도 메달에 눈이 어두워 덮은 것인지 의문이다.
대한역도연맹은 어제 선수위원회를 열어 사재혁에게 자격정지 10년의 중징계를 내렸다. 8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은 물론이고 31세라는 나이로 볼 때 선수 생명이 끝난 것과 다름없다. ‘역도 영웅’을 잃은 것은 안타깝지만 이대로 마무리해선 안 된다. 정부가 선수촌 전수조사를 해서라도 체육계 폭력 근절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