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경기도 ‘준예산 사태’ 장기화 조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4일 03시 00분


남경필 지사, 道의회 의장 만났지만 임시회-보육예산 대안 마련 실패
이재정 교육감은 회동 거부
道, 4일 14조9250억 준예산 편성… 광교신청사 건립 등 6000억 집행못해

누리과정 보육예산 편성을 둘러싸고 야기된 초유의 경기도 준예산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3일 강득구 경기도의회 의장을 만나 2016년도 본예산안 의결을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하지만 40분가량 진행된 만남에서 예산안 처리를 위한 임시회 일정이나 보육예산 편성 관련 대안 마련에 실패했다.

이날 남 지사는 강 의장에게 준예산 사태 해결을 위해 조속한 임시회 개최 등을 촉구했다. 강 의장은 해법 모색을 위해 적극 협력한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표명했다. 앞서 남 지사는 이재정 경기도교육감과 더불어민주당 김현삼 대표와도 면담을 추진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이 교육감은 “당장 만나기에는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하다”며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의회 여야 3선 원로 의원들도 이날 따로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새누리당에선 이승철 대표와 천동현 염동식 의원, 더민주당에선 강 의장과 정기열 송순택 의원이 참석했다. 양측은 한 발씩 양보해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하자는 데 합의하고 소속 정당 의원들을 설득하기로 했다. 하지만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까지 겪은 의원들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황이라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더민주당은 이날 “여야 대표 간 협상에 끼어들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남 지사의 사과가 없으면 협상을 하지 않겠다. 의장석을 점거한 새누리당도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경기도의회 여야가 극적으로 타협해 보육예산을 일부 편성해도 실제 집행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누리과정 예산 집행 당사자인 이 교육감이 유치원 과정만 편성하거나 유치원과 어린이집 예산 일부만 편성할 경우 예산 집행을 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은미 경기도교육청 부대변인은 “이 교육감은 부족한 누리과정 예산 전체를 정부가 책임지라는 것이 당초 입장이고 아직 변함이 없다”며 “이제 와서 한쪽이나 일부만 편성한다면 집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도정 혼란을 막기 위해 4일부터 예산안 의결 때까지 준예산 체제에 돌입한다. 올해 예산안 15조5253억 원 중 법령이나 조례상 지출 의무가 없는 6003억 원(4%)을 제외한 14조9250억 원(96%)의 편성 지출이 가능하다. 집행이 불가능한 예산은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45억 원)과 여성발전기금(25억 원), 포상금(32억 원), 광교신청사 건립기금(108억 원) 등이다. 그나마 경기도교육청은 지자체와 달리 가이드라인이 될 예규나 지침은 물론이고 준예산 사례도 없어 집행 대상을 정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한편 남 지사는 이날 ‘연정(聯政)’이 흔들린다는 우려에 대해서 “살다 보면 가족은 물론이고 사랑하는 사람끼리도 다툼과 위기가 올 수 있다. 이게 다 파국으로 가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경기#준예산#누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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