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5시경 전북 익산시 남중동의 한 가정집. 이모 씨(55)가 이틀 전부터 연락이 되지 않던 소꿉친구 임모 씨(54)의 집에서 애타게 그를 찾았다. 이 씨가 150㎡ 크기의 마당에서 친구의 이름을 부르자 마당 구석에 있던 폐 우물에서 신음소리와 함께 “나 여기 있다. 살려 달라”는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이 씨가 폭 80㎝, 깊이 8m 우물을 들어다보니 바닥에 임 씨가 쪼그리고 앉아있었다. 그는 임씨를 구출하려다 포기하고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출동한 익산소방서 119구조대 박명권 소방위(48) 등 구조대원 7명은 구조장비를 이용해 임 씨를 같은 날 오후 5시 50분경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다. 임 씨는 다행히 가벼운 찰과상만 입고 생명에 지장이 없었다.
앞서 임 씨는 지난달 31일 낮 12시경 우물 주변을 지나다 추락했다. 우물 입구는 50㎝높이 담장 위에 합판이 덮여있었다. 다리를 절어 거동이 불편한 임 씨는 손으로 합판에 딛고 이동하는 순간 합판이 뒤집히며 떨어졌다. 임 씨가 전날 밤 소주 1병을 마셨다고 말해 음주로 인한 추락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임 씨가 떨어진 우물은 벽면이 시멘트이어서 추락충격이 최소화됐다. 또 우물 바닥은 물이 말라 돌만 있어 체온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임 씨는 해당 가정집에 월세로 혼자 사는데다 휴대전화를 갖고 있지 않아 구조를 요청할 방법이 없었다. 말이 어눌한 임 씨는 우물에서 2015년 마지막 날과 2016년 새해 첫날을 보내며 생존을 걱정할 처지였다.
이 씨는 어릴 때부터 동네친구였던 임 씨가 휴대전화를 계속 받지 않자 걱정돼 집에 찾아가 우물에서 그를 발견했다. 40년 지기 우정과 작은 관심이 임 씨를 30시간 만에 우물에서 구조할 수 있었다. 박명권 소방위는 “이 씨는 3일에도 임 씨를 병원에 데려가 추가 진료를 받도록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씨의 관심이 없었다면 임 씨의 생명이 위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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