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이태원 살인사건’ 현장검증…계속되는 진실공방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4일 20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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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발생 18년 만에 열린 ‘이태원 살인사건’ 재판의 현장검증에서 피고인 아서 존 패터슨(36)과 함께 현장에 있었던 에드워드 리 씨(36)가 당시 상황을 재연하며 진실공방을 펼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심규홍)는 4일 오후 2시30분부터 약 3시간 동안 서울중앙지검 별관 1층에 제작된 화장실 세트장에서 비공개로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이날 검증에는 두 사람과 두 사람의 변호사, 검찰, 피해자 가족 1명과 변호사, 통역인 등 15명 정도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 진범으로 기소된 패터슨과 진범으로 지목됐다가 무죄로 풀려난 리 씨는 각각의 주장을 번갈아 펼치며 사건 순간을 재연했다. 패터슨은 리 씨를 따라 화장실로 들어가 리가 화장실 대변기 문을 열고 사람이 있는지 살핀 후 범행을 했다고 주장하며 상황을 연출했다. 리 씨도 지난달 4일 공판에서 증언한 대로 햄버거 등을 먹다가 손에 묻은 기름기를 닦기 위해 화장실에서 손을 씻으며 세면대 거울로 패터슨이 찌르는 것을 봤다며 그대로 행동에 옮겼다.

검증 과정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한 반감도 서슴지 않고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패터슨 측 오병주 변호사는 “리 씨가 ‘기름기를 씻기 위해 손을 씻었고,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고 말하자 패터슨이 한국말로 “거짓말 하지마!”라고 말했고 이에 리 씨가 바로 영어로 “Fuck you”라며 강하게 욕설을 계속 퍼부었다“고 밝혔다. 그는 “진짜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교포였다면 패터슨의 말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육탄전까지는 아니지만 검증 기일 내내 두 사람 사이 긴장감이 흘렀다“고 전했다.

범행 당시 혈흔 형태가 어떻게 나타났는지 보기 위해 대역을 참가시켜 주사기로 액체를 뿜는 방식으로 혈흔 재연도 이뤄졌다. 재판부는 앞선 재판에 나왔던 혈흔형태분석 전문가의 증언들을 바탕으로 이날 혈흔의 전체적인 분포 현황을 관찰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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