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교 전망대 3층 실내에서 내려다본 모습. 아래 보이는 곳이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본부다. 유리창 곳곳에 ‘사진촬영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망원경으로도 잘 안 보이지요?”
4일 오후 4시 반경 울산 울산대교 전망대. 30대 남성이 망원경에 눈을 붙이고 있는 기자에게 이같이 물었다. 이 전망대는 울산 동구 염포산 정상에 지상 4층 높이(63.2m)로 세워졌다. 염포산을 포함한 전망대 전체 높이는 203m로 울산대교 주탑 높이와 같다. 전망대에 오르면 울산대교는 물론이고 울산 공단과 도심, 동해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이 전망대는 울산대교와 접속도로 개통에 맞춰 6월 개관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문을 열지 않고 있다. 일부 개관된 3층 실내에는 ‘산업보안시설 사진촬영금지’라는 문구가 유리창 곳곳에 붙어 있다. 또 유리창에는 컬러 필름을 붙여 망원경으로도 제대로 볼 수 없다. 전망대가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울산대교 전망대는 울산대교 및 접속도로 시공사인 울산하버브릿지㈜가 개통에 맞춰 개관하기로 울산시와 합의했다. 총 5398억 원이 투입된 울산대교와 접속도로는 계획대로 올 6월 개통됐다.
당초 울산시와 건설사가 합의한 울산대교 전망대 높이는 23m. 이 과정에서 동구청이 “전망대를 높여 울산타워로 만들자”고 제안했고 울산시와 건설사는 이를 받아들여 전망대 높이를 63.2m로 변경했다. 해발로는 전망대 높이가 울산대교 주탑 높이와 같아진다는 점도 고려됐다. 설계변경으로 공사기간이 연장돼 전망대는 8월 임시 개장했다.
행정당국의 안일한 준비도 문제였다. 전망대로 가기 위해서는 동구청과 울산과학대 옆에서 가파른 산길을 따라 1km 이상을 걸어야 한다. 하지만 전망대 주차장은 20여 대밖에 주차할 수 없어 진입로에서부터 차량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일정이 빠듯한 외지 관광객들은 전망대를 눈앞에 두고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이 여파로 1층 식당은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4층 야외 전망대는 산업보안을 이유로 개방되지 않고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울산석유화학공단의 산업정보들이 경쟁사와 경쟁국에 유출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시민과 관광객의 불만이 이어지자 울산시와 동구청은 내년 3월까지 7억여 원을 들여 시설을 보강하기로 했다. 4층 야외전망대 난간 높이를 1m에서 1.5m로 높이고 1층 식당도 정비할 예정이다. 전망대 인근에 8500m²의 주차장도 새로 짓기로 했다.
한 시민은 “울산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된 울산대교 개통에 맞춰 전망대가 제대로 문을 열었다면 명품 관광코스로 자리 잡을 수 있었을 텐데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울산대교 전망대 이용객은 임시 개장을 한 8월 1만4939명에서 9월 1만5277명, 10월 1만6345명으로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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