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독서가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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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종합전형 시대, 바뀌는 대입 트렌드

경기 의왕시 우성고 학생들이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 모습.
경기 의왕시 우성고 학생들이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 모습.
현재 고2 이하 학생들에겐 독서가 대학 합격을 좌우할 결정적 평가요소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쉬운 수능’ ‘영어 절대평가 도입’ ‘학생부종합전형 확대’ ‘논술전형 축소’ ‘면접강화’ 등의 입시환경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다. 특히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영어 절대평가가 도입되는 현재 고1부턴 독서가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실제로 대학 입학담당자들과 입시전문가들은 독서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면접에서 생각의 깊이를 평가자들에게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점 △교과목과 연관돼 지적호기심을 발전시켜 나간 과정을 보여줄 수 있는 점 △비교과 활동의 진정성을 독서로 보여줄 수 있는 점 등 때문이다. 왜 이런 변화가 예상될까.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쉬운 수능’ 영향… 정시↓ 수시↑

독서가 중요해지는 이유는 뭘까. 대학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대학은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려 한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대입정책에선 지원자가 우수한지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

먼저 수능.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이 나올 정도로 쉽게 출제되는 추세다. 수능 성적만으로 지원자가 우수한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 2018학년도부터 영어까지 절대평가로 바뀌면 이런 현상은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남은 건 수시모집. 선발인원이 논술전형은 줄고, 학생부종합전형은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대는 2016학년도 수시모집에서 학생부종합전형으로만 약 2500명을 뽑는다. 전체 모집인원의 약 75% 수준. 논술전형은 없다. 학생부종합전형 중 일반전형의 경우 대부분의 학과가 1단계에서 서류평가로 정원의 2배수 이내를 선발하고 2단계에서는 1단계 성적 50%, 면접 및 구술고사 50%를 반영해 최종합격자를 가린다. 고려대는 정시 선발인원을 줄이는 한편 학생부종합전형을 확대하는 입시개편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서 이투스청솔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대학들이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지원자의 인성, 철학 등 기본적인 소양을 눈여겨본다는 측면에서 독서는 중요한 비교과 활동”이라면서 “독서를 꾸준히 한 학생의 경우 특정 사안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으므로 면접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대는 학생부종합전형 대학별 자율문항에 독서 문항이 따로 있을 정도로 독서가 핵심평가요소다. 최근 공개한 학생부종합전형 안내 동영상에서도 ‘공부를 하면서 관련된 독서를 하고 스스로 사고의 폭을 넓힌 학생이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찾으려는 인재상’이라고 밝혔다.

독서=면접 경쟁력

학생부종합전형에선 △내신 성적 △교내 동아리활동 △교내대회 △면접 등이 주요 평가요소. 주요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의 내신 성적은 대부분 1등급에 가까운 최상위권이다. 교내 동아리활동도 최근 상향평준화 되면서 다른 지원자보다 크게 돋보이긴 쉽지 않은 상황. 결국 대학들은 학생의 사고력, 문제의식 등을 확인하기 위해 면접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소재 대학 입학사정관 A 씨는 “대학이 어떤 목표를 갖고 학생을 선발하느냐에 따라 면접의 반영 비율을 높이려는 대학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최상위권 대학의 입학사정관 B 씨는 “우리 대학 평가자들은 기본적으로 책을 많이 읽은 학생이라면 말하는 것에서 생각의 깊이가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면접에서 독서가 차지하는 이런 효과를 부인할 순 없다”면서 “다방면의 책을 깊이 있게 읽은 학생이 면접에서 차별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독서,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의 질도 좌우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서류인 학교생활기록부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도 결국 독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교과목과 연관된 책을 찾아 읽는 습관이 잡힌 학생들은 책을 읽은 뒤 생긴 궁금증을 담당 교사를 찾아가 질문한다. 책에 대해 교사와 토론한 과정은 고스란히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기록될 것”이라면서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습의 결과물인 내신 성적이 아닌 학습 과정을 살펴보는 정성적인 평가다. 3등급 학생들도 독서활동을 통해 자신의 학업능력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상위권 대학 입학사정관 C 씨는 “수업에서 배운 내용에 대해 호기심이 생겨 관련된 책을 찾아 읽으며 심화학습을 한 학생의 경우 평가할 때 눈이 가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해당 내용이 학생부의 독서활동상황,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걸쳐 충실하게 기록돼 있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위권 대학의 입학사정관 D 씨는 “자신이 한 활동과 독서를 연결짓는 학생이 많지 않은 편”이라면서 “‘특정 책을 읽고 어떤 것을 느껴 이런 활동을 했다’는 이력을 갖춘 학생의 경우 전공적합성과 진정성 측면에서 돋보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책을 읽게 된 동기,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 읽고 난 뒤 행동의 변화 등을 비교과 활동으로 연결해 증명한다면 자신만의 차별화된 이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이원상, 김수진 인턴기자

2면에서 서울대 합격생들의 독서 비결과 대학 평가자들의 평가 기준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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