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차장서 3억 원짜리 벤틀리 들이받는 사고, 수리비가 무려…

유재동 기자 입력 2015-10-13 17:15수정 2015-10-1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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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싼타페 운전자 A 씨는 아파트 주차장에서 시가 3억 원짜리 수입차 벤틀리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벤틀리 수리비로 1억5000만 원이 나왔고 한 달의 수리기간 중 하루당 150만 원의 렌트비가 추가돼 총 견적은 2억 원이나 됐다. A 씨가 가입한 자동차보험의 대물 배상 한도는 1억 원. A 씨는 나머지 1억 원을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금융당국이 13일 고가 외제차에 대한 자동차보험 개선안을 마련한 것은 이처럼 수입차의 비싼 수리비가 일반 국민들의 파산위험을 가중시키고 보통 차량을 모는 서민들의 보험료 부담까지 끌어올리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에 반해 수입차 운전자들은 굴리는 차 값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어 “서민들로부터 비싼 보험료를 받아 부유층 자동차를 수리하는 데 쓴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이에 정부는 비싼 수입차 운전자가 부담하는 보험료를 올려 국산차 운전자와 형평을 맞추고, 외제차의 불합리한 수리·렌트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들을 이날 제시했다.

정부는 우선 보험사들로 하여금 차량 수리비가 전체 차량 평균 수리비의 120%를 초과할 경우 비율에 따라 특별할증 요율을 신설해 보험료를 더 부과하도록 했다. 수리비가 평균의 120% 초과~130% 이하일 때 3%, 130~140%는 7%, 140~150%는 11%, 150% 초과는 15%씩 자차 보험료를 인상한다. 따라서 국내에 등록된 대부분의 외제차에는 15%의 최고 할증요율이 적용된다. 보험료 인상이 현실화되면 수입차 운전자가 부담하는 보험료는 지금보다 연간 총 800억 원이 늘어난다. 이는 향후 일반 국산차 운전자의 보험료 인하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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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운전자에게 유리하게 설정돼 있는 차량 렌트에 관한 약관도 손보기로 했다. 지금은 교통사고가 났을 때 차량가액이 1000만 원도 안 되는 노후한 외제차라도 수리 기간 중에는 1억 원이 넘는 같은 차종의 최신형 외제차를 보험사들이 빌려준다. 이런 관행 때문에 외제차의 차 한 대당 렌트비는 131만 원으로 국산차(40만 원)의 3.3배에 이른다. 보험업계는 앞으로 동종의 외제차량 대신 배기량이나 연식이 유사한 국산차량도 렌트가 가능하도록 보험 약관을 바꿀 예정이다.

외제차를 이용한 보험사기 방지대책도 마련된다. 차량을 수리하기 전에 예상되는 수리비를 미리 현금으로 주는 ‘추정(미수선) 수리비’는 자기차량 손해에 대해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추정 수리비를 받은 뒤 차를 고치지 않고 보험사만 바꿔 다시 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위장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경미한 사고에도 무조건 차 부품을 교환하는 관행도 바꾸기로 했다. 차 범퍼처럼 운전자의 안전과 무관하지만 교환비율이 높은 부품들을 추려 일정한 수리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약관에 반영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개선안을 위한 보험요율 변경, 약관 개정 등의 작업을 보험사와 금융당국이 순차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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