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드레스’ 빌리는데만 수백만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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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9월의 주제는 ‘허례허식’]<170>허리 휘는 결혼식 ‘스드메’

지난해 2월 결혼을 앞두고 있던 직장인 김모 씨(29·여)는 소화가 안된 것처럼 속이 답답했다. 살림 장만하랴 예물 준비하랴 이것저것 돈 쓸 일이 많은데 ‘스드메(스튜디오 촬영+드레스 대여+메이크업)’ 가격이 생각보다 비쌌던 것이다. 그러나 김 씨는 모아둔 돈 이외에도 연말 보너스와 상여금까지 다 들여 무리를 하기로 결정했다. 주변 친구들이 결혼할 때 입었다던 웨딩드레스의 브랜드들이 머릿속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김 씨는 “주머니 사정은 뻔한데도 대충할 수는 없었다. 싼 것(드레스) 입으면 ‘시집 못 갔다’는 소리를 들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유명 여배우가 입었던 브랜드의 웨딩드레스를 500만 원 주고 빌렸다. 스튜디오는 아는 사람의 소개를 받아 300만 원의 할인된 비용을 내고 촬영했다. 결혼 당일 메이크업도 100만 원을 넘게 들여 했다. 김 씨는 “지나고 나니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전혀 없었는데 남는 건 영수증들뿐이었다”며 후회했다.

김 씨처럼 ‘남의 시선’을 못 이기고 결혼 전 무리하게 웨딩드레스 대여, 스튜디오 촬영, 메이크업 비용을 들였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결혼 관련 업체들이 이러한 심리를 이용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지난해 12월 결혼한 이모 씨(28·여)는 웨딩박람회와 결혼식장들을 발로 뛰며 300만 원대에 ‘스드메’를 해결하기로 계약했다. 하지만 막상 결혼식이 다가오자 업체에서 추가 비용을 요구했다. 이 씨는 “업체가 앨범 비용부터 신부 도우미 일당까지 끊임없이 추가비용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물론 저렴하면서도 마음에 드는 업체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는 예비부부들도 늘고 있다. 올 12월 결혼을 앞둔 박모 씨(30·여)는 “언니는 호텔에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브랜드의 드레스를 빌렸지만 나는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다”며 “그 비용은 차라리 결혼 후 알콩달콩 사는 데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예비부부들이 결혼을 앞두고 ‘스드메’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고 한다. 가격도 제품도 천차만별인 데다 주변에서 들리는 이야기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결혼인데 예식을 허리가 휠 정도로 준비하는 것이 과연 옳을까. 신부가 아름다운 이유가 ‘고가의 드레스’라고 답하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 싶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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