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지역민의 문화생활을 위해…‘문화’를 기부합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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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호 前 순천대 교수 가족… 순천 호아트센터 공연장 무료 대관
지역사회 예술의 명소로 자리잡아

최주호 전 순천대 산업기계공학과 교수가 클래식 전용 극장인 호아트센터에서 일반 관객은 물론이고 음악동호회, 학생 등이 센터를 더 많이 이용해주기를 바란다는 말을 하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최주호 전 순천대 산업기계공학과 교수가 클래식 전용 극장인 호아트센터에서 일반 관객은 물론이고 음악동호회, 학생 등이 센터를 더 많이 이용해주기를 바란다는 말을 하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전남 순천시 조례동 아이미코병원 6층에 들어선 호아트센터(463m²)는 250석 규모다. 공연장 일부를 전시장으로 바꿀 수 있는 가변형 공간이다. 호아트센터의 ‘호(好)자’가 ‘좋아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듯 센터는 도심 속 고품격 문화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호아트센터는 그동안 클래식 공연 32차례, 전시회 7차례, 각종 강좌를 35차례 개최했다. 개원 11개월 만에 문화 환경이 척박한 지역에 예술의 씨앗을 뿌리는 명소가 됐다. 호아트센터는 서울에서 10만 원을 호가하는 수준 높은 클래식 공연을 1만∼2만 원에 관람할 수 있도록 지역민을 배려하고 있다. 전미란 호아트센터 실장(48·여)은 “유명 예술인 공연은 물론이고 전남 동부지역에서 음악을 좋아하는 학생들에게 배움의 장소를 제공하는 등 문화 기부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아트센터가 저렴한 티켓 값에 품격 높은 공연을 선사할 수 있는 비결은 뭘까. 바로 예술가들에게 공연장을 무료로 대관해주기 때문이다. 센터 측이 서울, 광주 등지서 공연을 갖는 유명 예술가들을 자투리 시간에 초청하는 것도 티켓 값을 낮추는 데 한몫하고 있다.

호아트센터는 공연장에 첨단 음향시설과 피아노를 설치하는 데 2억 원을 썼다. 전기료 등 운영비로 연간 8000만 원 정도가 지출된다. 관람객 입장료로는 시설비 회수는 고사하고 운영비조차 건질 수 없는 구조다.

적자가 나는 센터를 고집스럽게 운영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최주호 전 순천대 산업기계공학과 교수(65) 가족이다. 최 전 교수의 큰딸 윤정 씨(43)는 산부인과 의사, 윤정 씨의 남편(43)은 안과 의사다. 큰아들 윤홍 씨(42)는 정형외과 의사이고 그의 부인(37)은 내과 전문의다. 막내딸 윤미 씨(39)는 약사, 남편(42)은 소아과 의사다.

최 전 교수와 초등학교 교사로 28년간 근무하다 퇴직한 아내 김순애 씨(64)는 2009년부터 연금을 모아 장학금으로 기탁하고 있다. 최 전 교수가 장학금을 내자 자녀들도 병원 수익금 일부를 보탰다. 이들 가족은 그동안 순천 금당고 등 17개 학교에 장학금 2억6880만 원을 기부했다. 또 순천대 등 6개 학교에 학교발전기금 5억4200만 원을 기탁하기로 약정했다. 최 전 교수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대학원 박사과정을 마칠 때까지 장학금과 아르바이트로 힘들게 학업을 마쳤다. 그의 장학금 기부는 지역사회에서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기 위한 것이다.

최 전 교수는 지난해 막냇사위가 병원을 개업하자 두 번째 기부사업으로 호아트센터를 설립했다. 최 전 교수는 센터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집도 없이 병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공연장 무료 대관과 저렴한 티켓 값에도 불구하고 객석이 차지 않을 때면 최 전 교수 가족들은 서글픈 생각이 든다. 하지만 호아트센터를 매번 찾는 ‘마니아 관람객’ 30명이 생긴 것은 가족에게 작은 위안이다.

최 전 교수는 “예술적 감동은 청소년의 건전한 인성 형성에 도움이 된다”며 “호아트센터가 문화를 꽃피우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시민들이 많이 찾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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