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톡톡]도그TV 보여주고 호텔서 재우고… 소중한 가족, 돈 안아까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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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 개 모시고와 “내 아들 내 아들”… 거북스럽고 꼴불견

《 애완동물은 어느덧 인간의 둘도 없는 친구가 됐습니다. 일상을 함께하는 반려자와 같다는 의미에서 ‘반려동물’이라고도 부르죠. 반려동물을 위한 호텔, 카페나 전용 TV프로그램까지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향한 지나친 애정표현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키우던 개나 고양이를 길거리에 내다버리는 주인도 여전히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동물 유기가 사회 문제로까지 비화할 정도지요. 최근에는 피라니아 같은 위험한 외래종까지 키우다 방류하는 사건까지 있었습니다. 어떤 동물을 키우든지 책임의식이 반드시 필요해 보입니다. 반려동물에 대한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반려동물, 동물이 아닌 가족이에요”

―‘롱이’는 모란앵무새인데, 우리 집 막둥이예요. 빨강, 노랑, 초록 세 가지 색상이 부리부터 꼬리 끝까지 섞여 있어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고 있으면 쪼르르 달려오고, 안방에서 다림질하다가 녀석을 부르면 목소리 듣고 찾아오고…. 이 덕분에 심심할 틈이 없답니다. 한 번은 롱이가 물그릇을 엎고는 날개를 파닥거리면서 물장구를 쳐 아이와 한참을 웃었어요. 동영상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는데 반응이 굉장했죠. 롱이 덕분에 웃을 일이 많아졌답니다. 처음엔 아이가 앵무새를 너무 갖고 싶어 데려왔는데, 이젠 아이보다 제가 더 좋아하고 있네요.(38·주부)

―블루텅스킨크(푸른혀도마뱀) ‘꽁이’를 키운 지도 벌써 10년째입니다. 친구들은 징그럽다고 손도 못 대지만, 제 눈에는 통통한 게 참 귀엽기만 하죠. 예전엔 꽁이가 한 달에 한 번꼴로 탈피를 해서 조금 귀찮기도 했어요. 껍질이 방 이곳저곳 나뒹굴어 계속 치워줘야 했거든요. 지금은 익숙해졌어요. 얼마 전엔 꽁이가 밥을 잘 안 먹어서 걱정했었어요. 다행히 다시 입맛이 돌아와 지금은 야채를 잘 먹는답니다. 외로워서 그런가 싶어 지금 한 마리 더 입양할까 고민 중이에요. 성장기를 함께 보낸 녀석이라 그런지 볼 때마다 괜히 뭉클하고 짠해요.(23·대학생)

―일주일에 두세 번 노인정 갈 때 말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지요. 3년 전에 할아버지 먼저 떠나보내곤 혼자 집에 있다 보니 우울증이 왔어요. 친구들이 개를 한 마리 키워 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던 중 만난 게 지금 키우는 강아지 ‘봉봉이’예요. 봉봉이랑 산책도 하고 말도 걸고 그러면서 내 생활에 활력이 생겼지 뭐예요. 산책 나가면 사람들이 ‘강아지 예쁘다’고 말도 얼마나 많이 거는지 몰라요. 이 애를 데리고 다니면 적적할 일이 없어요. 애기 같기도 하고, 친구 같기도 하고…. 덕분에 심심하지가 않다오.(69·주부)

“개를 위한 TV, 개를 위한 호텔”

―우리 집 몰티즈 ‘쿵쿵이’가 분리불안증에 걸렸어요.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서 스트레스가 심했나 봐요. 매일 큰소리로 짖고 아무데나 오줌 싸고….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었죠. 고민 끝에 쿵쿵이를 안정시켜 보려고 ‘도그TV’를 신청했어요. 개들이 나오는 개 전용 프로그램으로 월 8000원 정도 내면 되죠. 첫날은 별 반응이 없더니 둘째 날부턴 TV 속 개를 보면서 짖고, 막 화면 앞으로 다가가서 냄새도 컹컹 맡고 그러데요. 배경음악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같고. 그래서 요즘엔 TV 틀어놓고 외출하면 조금은 안심이 돼요. 혼자 두고 나갈 땐 언제나 미안하지만…. 이렇게라도 견뎌줬으면 싶네요.(29·여·회사원)

―처음 ‘씽씽이’를 펫호텔에 맡겨야 할 땐 돈 때문에 망설였습니다. 1박에 보통 2만∼3만 원 정도 하더군요. 그렇다고 휴가를 매번 같이 가긴 그렇고…. 와이프는 ‘여행경비 일부분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펫호텔을 이용하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괜찮더라고요. 24시간 철창에 갇혀 있지 않아도 되고 다른 개들이랑 공놀이도 할 수 있어요. 낯선 사람에게 맡기는 것보다 스트레스도 덜 받는 것 같고. 요즘엔 경기 남양주시에 있는 애견훈련학교에서 운영 중인 애견호텔에 자주 보내고 있습니다. 씽씽이도 가족인데 잠깐이라도 편히 지내게 하고 싶습니다.(37·회사원)

“지나친 애정표현,주변엔 꼴불견일 수도”

―여름이면 애들 데리고 경기 가평 계곡으로 자주 놀러 가요. 그런데 지난 주말에는 젊은 부부가 검은색 애완견을 데리고 와서는 물에 담그고 수영을 시키더라고요. 많은 아이들이 수영하는 곳에서 말이에요. 건너편에는 큰 황구 한 마리가 바위틈에서 물가로 침을 질질 흘리면서 쉬고 있었고요. 개 침은 그렇다 쳐도 애들이 개털이라도 먹으면 어떡해요. 알레르기 있는 애들도 있을 텐데…. 애완동물 기르는 사람들이야 가족 같고 혼자 두고 여행가기 미안한 마음 들고 할 테죠. 그 마음이 이해는 돼요. 그렇지만 사람이 노는 물속에서까지 동물들이 놀아야 하나요? 다른 사람들도 좀 배려해줬으면 좋겠어요.(43·주부)

―가끔 요즘 젊은 사람들 보면 애완견을 들고, 아니 모시고 다녀요. ‘내 아들 내 아들’ 그러기도 하고. 동네 슈퍼나 식당을 아이 손 붙들고 다니듯 함께 드나들더라고. 나는 그게 왜 그렇게 거북스럽고 꼴불견인지 모르겠어. 지난번엔 버스에서 웬 젊은 여자가 큰 강아지 가방을 옆에 두고 떡 하니 자리 하나 차지하고 앉아 있더라니까. 사람들은 옆에 서 있고. 그 강아지 버스비는 냈나 몰라. 요즘에는 무슨 강아지 소파 같은 것도 100만 원씩 한다면서? 진짜 개팔자가 상팔자란 말이 딱 인 것 같아.(73·주부)

―제가 다니는 회사는 1년에 2주를 무조건 연달아 쉬어야 해요. 그동안은 여행갈 때 우리 ‘롤리폴리’를 부모님, 친구들한테 맡기거나 펫호텔에 맡겼는데 하도 눈에 밟히고 미안해 이젠 같이 다녀요. 그런데 얘 데리고 다니는 게 보통 복잡한 게 아니더군요. 출발 120일 전부터 혈청검사니 뭐니 절차가 까다롭더라고요. 드는 비용만도 70만 원 정도예요. 어떤 곳은 호텔 룸 1개당 개 한 마리만 동행할 수 있고, 크루즈 여행은 아예 동행 자체가 안 되던걸요. 설레는 마음에 알아봤다가 스트레스만 잔뜩 받고 있어요.(28·여·회사원)

“반려동물 키운다면 책임감은 필수”


―얼마 전 강원도에서 피라니아가 발견된 거 아시죠? 계곡으로, 강으로 한창 많은 사람들이 놀러 가는 계절에 말이에요. 아마존에 사는 피라니아는 외래종이에요. 누군가가 저수지에 이걸 풀어 놓은 게 아닐까 싶어요. 너무 무서워서 친구들이랑 물놀이 가기로 한 것도 취소했어요. 알아보니 청계천 일대 등 시중에서 피라니아가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더군요. 재미삼아 샀다가 못 키우겠으면 방생할 텐데…. 얼마나 위험해요. 며칠 전엔 목줄 없이 산책하던 강아지가 길 가던 아주머니 다리 무는 걸 목격했어요. 물고기든 개든 이런 거 키우시는 분들, 제발 남에게 피해 가지 않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26·대학원생)

―몇 년 새 애완동물 키우는 분들이 더 많아진 것 같아요. 산책 나가 보면 강아지 데리고 나온 분들도 많이 보이고요. 그런데 무작정 예뻐서 혹은 귀여워서 입양 받는 건 좀 아니라고 봐요. 개든 고양이든 키우면 귀엽지만은 않잖아요. 아이 키우는 거랑 똑같이 대소변 가리게 가르치랴, 밥 주랴, 온 집 안 다 헤집어 놓으면 청소하랴….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죠. 이런 점들을 감안 안 하고 키우다 힘들다고 버리는 사람들 정말 많잖아요. 유기동물이 한 해에만도 10만 마리나 된다는 뉴스도 봤어요. 대체 동물이 무슨 죄예요. 키우기 전엔 내가 정말 그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는 조건이 되는지 신중하게 고민하고 결정했으면 좋겠어요.(45·여·미용사)

오피니언팀 종합·김정은 인턴기자 성신여대 심리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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