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남도 다 한다, 깊이 파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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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비교과활동 ‘상향 평준화’ 시대, 대비전략은?


‘깊이로 승부하라.’

최근 대입 수시모집 합격을 좌우하는 요소가 비교과활동의 ‘소재’에서 ‘깊이’로 진화하고 있다. 이른바 비교과 ‘스펙’의 ‘상향 평준화’ 현상이 일어남에 따라 비교과활동을 ‘넓게’ 하는 것보단 ‘깊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경쟁력으로 여겨지는 것.

2016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원서접수를 한 달여 앞둔 고3 수험생과 여름방학을 맞은 고1, 2 및 중학생들이 꼭 기억하고 대비해야 할 대목이다. 이런 변화는 왜 일어났고, 어떻게 대비할 수 있을까.
면접에서 ‘깊이’ 확인하는 추세

비교과 스펙이 상향 평준화되는 현상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정부 정책에 따라 2015학년도부터 학교생활기록부 내용을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대입 학생부 중심 전형’이 도입되자 수험생과 학부모의 관심은 ‘학생부에 기재할 수 있는 활동을 하는 것’으로 모아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는 거의 모든 학생이 학생부에 기재할 수 있는 진로동아리, 봉사활동, 교내대회 이력을 갖게 됐다. 학생들 간 비교과 활동의 소재에 큰 차이가 없어진 것.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서울소재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우수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방법 중 하나는 학생부와 자기소개서만 봐서는 알기 어려운 지원자가 가진 잠재력의 깊이를 전공 교수가 참여하는 심층면접으로 확인하는 것.

수시모집 학생부 중심 전형 1단계에서 3배수 내외의 학생을 선발한 뒤, 2단계에서 해당 학과 전공교수가 평가자로 참여하는 면접을 실시하는 학생 선발방법을 채택한 대학이 적잖은 이유다.

실제로 2016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에서 경희대,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대 등 주요 대학 대부분이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 2단계에서 면접을 본다.

서울소재 최상위권 대학의 한 입학관계자는 “학생들이 비교과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그 내용이 상향 평준화된 점은 교육적으론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학생을 선발하는 입장에선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전교생이 모두 참여하는 비교과 활동으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남다른 활동 소재에 집착하기보단 깊이 있는 활동에 집중해야한다”고 말했다.
나만의 활동? 2명 중 1명은 임원경험

그럼 내 자녀의 비교과활동은 평범할까, 비범할까?

실제 수험생들이 작성한 대입 자기소개서 내용을 살펴보면 지금 하고 있거나 앞으로 입시에 활용할 활동이 남들과 비교해 얼마만큼의 경쟁력을 갖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교육평가전문기관 유웨이중앙교육이 유웨이닷컴의 ‘자기소개서 유사도 검사 서비스’에 등록된 2015학년도 대입 자기소개서 9582건을 분석한 결과, 학생들이 많이 활용하는 소재(중복허용)는 △1위 ‘동아리’(78.1%) △2위 ‘학생회 임원’(46.9%) △3위 ‘봉사’(38.1%) △4위 ‘토론’(37.7%) △5위 ‘멘토링’(28.1%) △6위 ‘축제’(27.4%) △7위 ‘우수한 성적’(26%) △8위 ‘독서’(21.2%) △9위 ‘교내경시대회’(19.5%) △10위 ‘캠프’(15.5%) △11위 ‘논문’(11.2%) △12위 ‘체육대회’(10%) 순으로 나타났다.

자신이 입시에 활용하려는 내용이 △반장, 동아리 부장, 학생회 임원 등을 하며 리더십을 발휘한 내용이거나 △치매노인, 장애인, 저소득층 학생이나 어려움을 겪는 친구를 돕는 등 사회적 약자나 소외계층을 위해 봉사한 경험이거나 △1등급인 과목을 언급하며 1등급이 되기까지 노력한 공부과정을 담은 내용이거나 △자연계열 학생으로 과학 동아리 활동을 하며 실험을 하고 보고서를 쓴 내용인가? 그렇다면 다른 지원자도 대부분 이런 소재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2년 전엔 일부 학생만 하던 논문쓰기도 최근엔 많은 학생이 갖춘 스펙 중 하나”라면서 “과거의 경험을 통해 자신이 어떻게 성장했고 진로계획에 맞춰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대학 평가자의 눈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전국 고등학교에서 같은 종류의 대회에 참가해 1등 상을 받은 학생만 수천 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등학교마다 자신들의 대회는 다른 대회와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하는 자료를 대학에 보낼 정도”라면서 “다른 지원자보다 통찰력이 돋보이는 결과물을 만들거나 완성도가 높은 비교과 프로젝트 이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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