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대전 거주 외국인들 ‘연극 프로덕션’ 만들었다

  • 동아일보

창의적 이중언어 연극 공연 정례화… 배우-작가-감독-후원자 공개모집
수익금 일부 지역사회 위해 사용

대전지역 외국인들이 이중언어 연극 ‘6가지 인간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공연한 뒤 다양한 표정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대전지역 외국인들이 이중언어 연극 ‘6가지 인간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공연한 뒤 다양한 표정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10, 12일 저녁 대전 중구문화센터에서는 대전에서 생활하는 외국인들이 만든 연극 ‘6가지 인간관계에 관한 이야기’가 공연됐다. 영어로 영어권 문화를 코믹하게 다룬 소재들이어서 외국인이 주를 이룬 100여 명의 관객은 연극 공연 내내 박장대소했다.

이번 공연은 대전에 거주하는 미국과 캐나다, 프랑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여러 국적의 외국인과 일부 한국인 등 20여 명이 작가와 배우, 프로듀서가 돼 만든 창작극이다. 외국인들은 대학 교수와 대학생, 영어학원 강사, 초등학교 원어민 강사 등의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다. 한국어 대사도 꽤 많이 등장하고 영어 대사는 한국어 자막도 제공했다. 외국인 출연진 가운데에는 방송국 출신이나 연극 전공자들도 있어 아마추어를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2012년 일상을 탈출해 보려는 영어학원 강사인 리너 판 데르 메르버 씨의 작은 시도가 계기가 됐다. “외국인들은 아무래도 환경이 다른 타향에서 부자연스러움과 무료함을 느끼기 쉬워요. 외국인 동료들과 ‘재미있는 일 없을까’ 궁리하다 연극을 해보기로 했죠.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대전 지역민들과의 소통을 넓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해요.”

첫 난관이었던 연습 공간 문제는 박석신 화백이 자신의 갤러리를 사용하게 해줘 해결됐다. 이들 외국인은 이 갤러리를 3년 동안 연극 연습과 실험 공연장 등으로 활용하면서 삶의 활력을 찾았다. 본격 데뷔작인 이번 공연을 앞두고 3개월 전부터는 맹연습했다.

이 외국인들은 이번 공연에 앞서 ‘U&I productions’라는 연극 프로덕션을 만들어 연극을 정례화하기로 했다. 벌써 올해 12월 어린이를 위한 두 번째 연극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이 프로덕션의 모토는 창의적인 이중 언어 연극 공연과 지역 사회와의 상생이다. 이를 위해 조직을 철저히 개방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배우와 작가, 감독, 후원자를 외국인과 한국인을 대상으로 공개 모집(uandiproductionskorea@gmail.com)하는 방식이다. 연극 수익금의 일부는 지역사회를 위해 쓴다. 이번 공연의 경우 수익금의 50%를 대전 유기견보호센터에 기탁할 예정이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면서 후원을 약속하는 지역기업도 나타났다. 이번 공연에 배역도 맡은 에버넷스타 홍성실 대표는 “기업의 국제교류문화 사업 차원에서 이들의 활동을 지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래더인교육인재개발연구원과 비엠화인텍 등 다른 기업도 지원을 약속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대전#외국인#연극 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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