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상복의 여자의 속마음]<123>‘설명하는 여자’가 낯선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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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여자에게 잘난 척하며 설명하려 드는 행태’를 ‘맨스플레인(Mansplain)’이라고 한단다.

이 신조어는 미국의 문화평론가 리베카 솔닛이 파티에서 만난 ‘설명남’으로부터 유래됐다. 그가 “이런 책이 나왔는데 말이지” 하고 장황하게 늘어놓은 게 바로 그녀의 책이었다. 옆의 친구가 “그걸 얘가 썼다니까요” 하는데도 들은 척하지 않더라는 것.

여자들이 남성의 설명 자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뇌섹남의 “오빠가 알려줄게”라면 환영이다. 그들이 마주치고 싶지 않은 부분은 ‘여자가 뭘 알겠어?’라는 편견이다.

남성의 ‘맨스플레인’과 짝을 이루는 여성의 특성이 ‘환심 사기(Ingratiation)’일 것이다. 사람은 자기 인상을 남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두 가지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한다. 매력을 발휘해 호감을 얻거나 실력으로 보여주거나.

남성이 성과나 지위를 동원해 상대보다 우위에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려 애를 쓰는 반면 여성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까를 고심하는 경향이 있다. 여성은 특히 가까운 사람들을 위해서라면 자존심을 접고 양보하며 따를 때가 많다. 관심과 사랑 속에서 안정감을 누리려는 선택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선택은 혹시라도 미움을 받을지 몰라 “나도 그거 알아요” 하고 나서지 못하게 하거나 “내가 알기로는 그게 아닌데요” 식의 주장을 펼치지 못하게 만든다.

남성의 ‘맨스플레인’과 여성의 ‘환심 사기’가 한 몸처럼 붙어 있는 사회일수록 ‘남성성’을 ‘여성에 대한 우위와 지배’로 오인하는 권위적인 남성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여성은 잘못된 일에도 침묵을 지킨다.

리베카 솔닛은 저서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에서 “(남녀가) 지식을 서로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는 행복한 중간지대에서 만나는” 세상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하지만 학교가 아니라면 ‘설명하는 여자’가 낯설게 여겨지는 것도 여전한 사실이다. 여성이 여성들 사이에서 특출함을 인정받는 것은, 맨스플레인하는 남자들에게 자기주장을 관철하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으며 위험을 자초하는 일이기도 하다. 설명하려 드는 여자는 여성들 사이에서도 반겨주지 않는 존재다.

모임에서 전문용어를 구사하며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전한다면 그녀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이런 반응이 나올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매우 높다. “쟤, 좀 재수 없는 것 같지 않아?” 동조자가 많으면 따돌림으로 이어진다.

여성이 자기 실력을 떳떳하게 드러내면서 친구들의 환심까지 살 수 있는 ‘행복한 중간지대’가 여성들 사이에 먼저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그러니 ‘재수 없음’의 기준부터 바꿔보는 건 어떨지.

한상복 작가
#맨스플레인#리베카 솔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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