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1주일새 5명… 부실대응 도마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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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동 제외한 국가중 환자 최다… 당국 초기 위험지역 방문 파악 안해
전북선 알제리 다녀온 여성 의심신고… 버스로 이동한 뒤에야 뒷북 격리도

국내 첫 번째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자가 확인된 지 일주일 만에 환자 수가 5명으로 늘어났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국내 첫 번째 감염자인 A 씨(68)를 진료했던 의료기관의 의사 E 씨(50)가 26일 발열 증세를 보여 유전자 검사를 진행한 결과 감염자로 최종 확인됐다고 27일 밝혔다. E 씨는 17일 병원을 찾아왔던 A 씨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 감염자 세계 6위…안이한 대응 지적 잇따라


중동 외 국가 중 메르스 환자가 5명 이상 나온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보다 메르스 감염자가 많은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1002명), 아랍에미리트(76명), 요르단(19명), 카타르(12명), 이란(6명) 등 5개국. 이에 따라 ‘전염성이 약하다’고 강조했던 보건 당국의 대응이 안이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단 11일부터 호흡기 질환 증세를 보인 A 씨가 메르스 발병 지역을 다녀왔다는 것을 19일에서야 파악한 게 문제다. 이는 증세가 심한 호흡기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특정 위험 지역’을 다녀왔는지 여부를 초기부터 파악하는 과정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A 씨와 접촉한 이들에 대한 자가 격리도 느슨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E 씨가 자가 격리 과정에서 부인, 딸과 같이 지낸 것을 고려할 때 가족 중 추가 감염자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가능성이 낮지만 A 씨와 접촉한 적이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감염자가 나오기 시작하면 사실상 지역사회로 메르스가 퍼지는 상황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도 27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현안보고에서 메르스 확산과 관련해 부실한 초기 대응을 두고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과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을 질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목희 의원은 “(국내 환자 발생이) 충분히 예견됐는데도 (복지부가) 앉아서 뭉개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은 “네 번째 환자가 발생한 뒤에야 전문가 회의를 열고 발열 기준을 38도에서 37.5도로 낮췄다”고 지적했다.

○ 일부 격리 대상자는 음성으로 나타나

한편 질병관리본부는 자가 격리 중 메르스 의심 증세를 보인 F 씨(46·간호사), G 씨(34·세 번째 감염자인 C 씨의 병실 접촉자), H 씨(31·의사), I 씨(29·의사) 등 4명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지만 모두 음성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전북 정읍에서는 알제리에서 4개월간 체류한 뒤 23일 귀국한 J 씨(25·여)가 가벼운 감기 증세를 호소하며 ‘알제리에서 중동지역(카타르)을 경유해 들어왔다’고 신고해 보건 당국이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보건당국은 J 씨가 발열 증세가 없어 메르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J 씨가 메르스 의심 신고를 한 뒤 시외버스를 타고 광주로 이동한 후에야 J 씨를 격리 조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이 직접 찾아와 신고를 한 사람도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세형 turtle@donga.com·황형준·이설 기자
#메르스#부실대응#감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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