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경남도의회 ‘무상급식 중재안’을 어찌할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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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불리 거부땐 비난 쏟아질라”…洪지사-朴교육감 장고 들어가
급식대란 사태 당분간 이어질듯

파란 물살 가르며…26일 오전 부산 광안대교 앞 해상에서 열린 ‘2015 부산 수퍼컵 국제요트대회’에서 참가 선수들이 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레이스를 펼치고있다. 한국 일본 러시아 등 14개국에서 총 70여 팀, 6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파란 물살 가르며…26일 오전 부산 광안대교 앞 해상에서 열린 ‘2015 부산 수퍼컵 국제요트대회’에서 참가 선수들이 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레이스를 펼치고있다. 한국 일본 러시아 등 14개국에서 총 70여 팀, 6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경남도의회(의장 김윤근)가 경남지역 급식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무상급식 중재안’을 놓고 홍준표 경남지사와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앞서 새누리당 중심의 경남도의회 의장단은 21일 두 기관에 중재안을 던지면서 “24일 오후 2시까지 의견을 달라”고 했으나 양쪽 모두 답을 내놓지 않았다. 초등학생은 소득 하위 70%, 중학생은 소득 하위 50%, 고교생은 군 및 시 지역 읍면의 소득 하위 50% 등 약 16만 명에게 무상급식을 하고 여기에 필요한 예산은 도교육청과 경남도(시군 포함)가 3 대 7로 분담하는 내용이 중재안에 담겨 있다.

양 기관은 24일 ‘검토 필요’ ‘의견 수렴’을 이유로 의사 표시를 보류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여론전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의도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경남도는 무상급식 중단과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 추진 과정에서 충분하게 여론을 수렴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으나 이번엔 다른 모습이다.

무엇보다 급식문제가 교착상태인 가운데 도의회가 고심해서 마련한 중재안을 거부할 경우 ‘선별급식’과 ‘보편급식’을 떠나 비난의 화살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두 기관이 시간을 끌면서 여론을 유리하게 만들고, 상대의 ‘패(牌)’를 읽어가면서 태도를 결정하려는 속셈으로 해석된다.

지역에서는 도의회 중재안을 도교육청보다 도청에서 받아들이기가 더 쉽지 않겠느냐고 본다. 의회가 방향을 ‘선별적 무상급식’으로 잡은 탓이다. 일관되게 보편적 무상급식을 반대해 온 홍 지사를 설득해 추가로 예산을 확보하려는 고육책이기도 하다.

그동안 경남도와 18개 시군이 지원해 오던 무상급식 예산 643억 원은 홍 지사 뜻대로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비’로 집행 중이다. 따라서 급식비 지원을 결정해도 재원 마련이 최대 관건이다. 예산 규모가 큰 경남도보다 살림살이가 어려운 시군에서 더 큰 과제다.

경남도는 “중재안을 따르려면 도와 시군이 532억 원을 부담해야 하므로 재정여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고, 재원을 분담할 시군과 협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경남도는 ‘도교육청의 최종 결정을 보고’ 시장·군수정책회의를 열어 중재안 수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도교육청이 중재안을 받아들여도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은 마당에, 먼저 지원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자세다.

박 교육감은 이래저래 난감한 표정이다. 그는 “중재안은 보편적 무상급식을 소득별 선별급식으로 전환할 뿐 아니라 전년보다 무상급식 대상이 축소되는 내용”이라며 “급식을 갖고 빈부를 구분하는 일은 수용이 어렵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은 학부모, 교육 관련 단체 토론을 통해 의견을 모으겠다는 생각이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무상급식 지키기 경남운동본부’가 “선별적 무상급식을 강요하는 중재안은 아이들에 대한 차별을 유지하겠다는 비교육적 처사이고 홍 지사의 독단적 도정을 정당화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수용 거부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중재안을 거부한 채 학부모들에게 “급식비를 부담해 달라”고 호소하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태다. 중재안 거부 뒤에는 어떤 역풍이 불지도 모른다. 박 교육감은 다음 달 중순 최종 방침을 결정할 계획이고 경남도는 교육청 방침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여 경남지역 급식대란 사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경남도의회#무상급식 중재안#급식대란#홍준표#박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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