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상복의 여자의 속마음]<111>“결혼 안 하세요?”라는 질문이 본전도 못 건지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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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는 젊은 여성들의 삶과 고민을 잘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한 일본 만화가.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다. 그녀의 신작 에세이 ‘하기 힘든 말’을 보면 남의 말에 반응하는 여자들의 미묘한 심리가 담백하게 드러나 그들의 속마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결혼 안 하세요?”

마스다는 다른 여성에게 이 질문을 하지 않는 까닭이 “별 이득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상대로 하여금 ‘쓸데없이 참견을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거나 ‘이 사람 엄청 한가하네’라며 동정심을 자아내게 할지도 모른다는 것.

결혼이란 주제는 여성들 사이에선 친한 사이가 아니면 실례가 되는 질문인 모양이다. ‘그런 걸 물어도 될 만큼 나랑 친한 줄 아나?’라며 기가 막힐 수도 있고, ‘나랑 무슨 사이라고 주제넘은 질문을 해대?’라는 식으로 모자란 사람 취급을 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단다. ‘할 말이 없어서 그런 걸 묻나?’ 쪽일 수도 있다.

남자끼리는 할 말 없으면 던지는 질문이 “결혼 안 하냐?”다. 질문을 받은 당사자는 겸연쩍게 웃거나 “말만 하지 말고 소개 좀 해줘봐”라고 응수하기도 한다. 묻는 쪽이나 듣는 쪽이나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여성들 간에는 “결혼 안 하세요?”라는 말에 수많은 ‘무서운 덤’이 따라붙는다는 게 마스다의 경험담이다. 달갑지 않은 덤이며 관계의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못 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왜 물어?’ 같은 울컥하는 감정이 ‘하고는 싶은데 상대가 없다는 말을 내 입으로 들어야 직성이 풀리겠니?’라는 반감으로 눈덩이처럼 커질 수도 있다. ‘사귀는 상대는 있지만 결혼까지는 이야기가 진척되지 않아서…’라고 털어놓을 수도 있으나 잘 풀리지 않을 경우 괜히 발설하게 만든 이를 두고두고 원망할 수도 있다.

미혼도 듣기 싫은 질문이니 ‘돌싱’(이혼한 이)이라면 더더욱 마음속 치부책에 꼭꼭 눌러 쓸 것이다. ‘결혼했었지만 안 풀렸던 과거를 당신한테까지 밝혀야겠어?’

‘결혼 시즌’이라는 봄이다. 젊은 여성 상대로는 특히 말조심해야 할 시즌이다. 관심의 표현이랍시고 “결혼 안 해?”라고 물어봐야 힘들여 쌓았던 인심만 깎아먹기 십상이다. 상대 여성이 상냥하게 웃지만 속으로는 ‘요즘 세상에도 그런 질문을 하나?’라며 코웃음을 칠 수도 있는 것이다. 결혼을 필수로 생각하는 여성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추세다.

한상복 작가
#결혼#마스다 미리#하기 힘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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