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별별과학백과]식탁을 점령한 야생식물 후손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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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놀라는 식물의 변신
양배추 브로콜리 케일 콜라비, 야생 양배추 교배과정서 탄생
색 다양한 당근, 주황색 널리 재배… 최근엔 야생 교배한 보라색 인기

원래 야생 당근은 빨강 주황 하양 노랑 보라 등 색이 다양했다.
원래 야생 당근은 빨강 주황 하양 노랑 보라 등 색이 다양했다.
사람들이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많은 채소는 다양한 모습과 종류로 변했다. 좋아하는 채소를 더 맛있게, 더 많이 먹기 위해 원하는 성질을 지닌 품종을 계속 개발했기 때문이다. 평소 우리가 즐겨 먹는 양배추와 브로콜리도 이런 이유로 탄생한 채소들이다.

양배추의 조상은 기원전 2500년경부터 재배되던 야생 양배추로 알려져 있다. 길쭉한 잎과 줄기가 달려 있고, 다 자라면 줄기 끝에 노란 꽃이 피는 식물이다. 야생 양배추는 농사가 시작되면서 여러 모습으로 변신했다.

1200년대, 야생 양배추에서 줄기 끝에 달린 눈인 ‘끝눈’이 잘 발달하는 종을 골라 교배시키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 결과 지금의 양배추가 탄생했다. 이 같은 원리로 케일은 잎, 브로콜리는 꽃과 줄기, 콜리플라워는 꽃무리, 콜라비는 줄기, 방울양배추는 줄기와 잎 사이에 나는 곁눈을 발달시켜 만들었다.

○ 한입에 쏙 ‘미니 채소’

원래 야생 토마토는 방울토마토처럼 크기가 작았다. 하지만 1500년대 이후 사람들이 토마토를 먹기 시작하면서 더 큰 열매로 자라도록 만들었다. 그러다가 1800년대 초, 페루와 칠레에서 야생 토마토와 비슷한 크기의 방울토마토를 다시 재배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방울토마토를 재배한 건 1986년이다. 하지만 당시 사람들은 생소한 방울토마토를 거의 사먹지 않았다. 그러다 점차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1995년에는 방울토마토 재배 면적이 일반 토마토 재배 면적의 3배가 넘을 정도로 인기가 높아졌다.

토마토처럼 커졌다가 다시 작아진 채소가 또 있다. 충남 보령시 농업기술센터 김영운 박사는 2004년에 전남 무안군에 있는 밭에서 우연히 작은 야생 참외를 발견했다. 이 야생 참외를 우리가 평소 먹는 크고 달콤한 참외와 여러 번 교배해 중량이 10∼15g밖에 안 나가면서도 달콤한 미니 참외로 개량했다.

씨앗을 빽빽하게 심는 방법으로 미니 채소를 만들 수도 있다. 경남 농업기술원에서는 방울토마토만큼 작은 양파를 개발했다. 보통 양파는 100∼300g이지만 미니 양파는 5∼20g이다. 빨리 자라는 조생종 양파를 보통 양파를 심을 때보다 더 촘촘하게 심어서 미니 양파를 만들었다. 경기도농업기술원 장석우 박사는 “갈수록 한 집에 사는 사람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양이 적고, 제때 신선하게 먹을 수 있는 미니 채소의 인기가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화려한 색과 모양으로 시선 집중

원래 야생 당근은 붉은색 주황색 보라색 하얀색 노란색 등 색깔이 다양하다. 이 중에 주황색 당근은 주황색을 나타내는 유전자만 가지고 있다. 그래서 여러 번 교배를 해도 주황색 당근만 열린다. 반면 다른 색의 당근은 겉으로 보이는 색 말고도 다른 색깔의 유전자를 갖고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보라색 당근끼리 교배하더라도 다양한 색깔의 당근이 열릴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일정한 색깔만 띠는 주황색 당근이 널리 재배되었다.

그런데 최근 보라색 당근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제주농업기술원 연구실에도 야생 당근을 교배해 만든 보라색 미니 당근이 자라고 있다. 이 당근은 색깔이 선명하고 예쁜 데다 크기가 작고 달콤해서 날것으로 먹기 좋다. 또 다른 색깔 당근에는 없는 안토시아닌이 들어 있다. 안토시아닌은 빨강 보라 파랑 등의 색깔을 띠는 색소로, 우리 몸이 늙는 것을 예방하는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다.

○ 극한의 환경을 견딘 슈퍼 채소

2006년 9월, 중국에서 세계 최초로 우주 육종 연구만을 위한 인공위성인 스젠 8호가 발사됐다. 우주 육종이란 종자나 식물을 우주로 보내 돌연변이 품종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커다란 채소를 만들거나 다양한 품종의 종자를 확보하기 위해 우주 육종을 한다.

우주 육종 실험에 쓰이는 종자는 인공위성이나 유인우주선에 실려 지구 표면에서 200∼400km 떨어진 우주로 날아간다. 우주에는 대기가 거의 없고, 중력이 거의 없으며, 물질이 거의 없는 진공 상태와 같은, 지구와 다른 환경이 펼쳐진다. 이런 우주에서 5∼16일 정도 비행한 종자는 이전과 다른 특성이 나타나는 변이가 일어난다. 이런 종자나 식물을 지구에서 몇 대에 걸쳐 심으면 새로운 품종이 된다. 중국에는 우주 육종으로 만들어진 식물의 품종만 800종이 넘는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에는 방사선으로 육종 실험을 하는 방사선육종연구센터가 있다. 연구센터에서는 주로 감마선을 이용해 종자나 식물에 변이를 일으킨다. 연구센터에서는 ‘코발트-60’이라는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해 감마선을 만들어 종자와 식물에 24시간 정도 쬐어 준다. 그중 우수한 성질을 나타내는 개체를 선발해 교배시키는 과정을 반복하며 새로운 품종을 만든다.

이혜림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pungni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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