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가는 마트, 비상구 위치 아시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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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4월의 주제는 ‘안전’]<62>대피동선 확인하는 습관을

“혹시 불이 나면 누가 안내하나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어디로 나가야 합니까?” “저희는 그런 교육을 안 받아서…, 그냥 비상구 따라 나가시면 됩니다.”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진행된 한 대중가수의 콘서트 공연. 약 1만5000명의 관객이 공연장에 몰렸다. 입구의 진행요원들은 검표와 좌석 안내를 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었다. 그러나 출입문 근처 어디에서도 ‘화재 등 비상시 대피요령’이나 ‘대피 동선 안내’는 잘 보이지 않았다.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니 비상구 안내표시등이 보였다. 그러나 관객들이 흔들어대는 휴대전화 불빛 등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진행요원 2, 3명에게 대피 요령이나 화재 때 통제요원, 대피계획을 알고 싶다고 물었다. 그러나 모두 “잘 모르겠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시작을 앞두고 안내방송이 나왔지만 “사진 촬영이나 녹음을 하면 안 된다”는 내용만 흘러나왔다. 비상구와 대피로를 가리키는 내용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공연장이나 백화점, 대형마트, 영화관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화재 등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대피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핵심은 비상구. 모든 건물은 소방법에 따라 비상구 안내 및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 재난이 발생하면 당황해서 허둥댈 수 있기 때문에 평소 비상구를 직접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시민들은 다중이용시설을 찾았을 때 비상구의 위치나 대피방법을 잘 모르고 있었다. 2일 경기 광명시 대형 가구매장 ‘이케아’를 이용하던 손님 10명에게 비상구 위치를 알고 쇼핑 중인지 묻자 단 2명만 “확인했다”고 답했다. 이상철 씨(33)는 “두 살짜리 아들이 있기 때문에 늘 확인하는 편”이라며 “비상구를 인지하면 확실히 안심하고 돌아다니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주부 장모 씨(47·여)는 “평소에 비상구를 확인하고 쇼핑하지 않는다”며 “질문을 받고 둘러보니 비상구 안내표지가 매장 넓이에 비해 작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손님뿐 아니라 다중이용시설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비상구 위치나 대피동선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 용산구 전자상가에서 30년간 컴퓨터 조립업체를 운영한 이모 씨(64)는 “불이 나면 지하로 대피하면 된다”고 짤막하게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 평화시장 상인들 상당수도 “복도 따라 그냥 가면 된다”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겠다”고 답했다.

지난해 11월 본보 설문조사에서 ‘영화관 등 다중이용시설 이용 때 비상구를 확인하는가’라는 질문에 ‘확인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67.1%. 비상구 확인을 번거롭게 여기는 인식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다중이용시설의 비상구 및 대피 안내 수준이 비록 소방법 위반까지는 아니어도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점이 많다”며 “비상구를 확인하는 작은 습관 하나로도 긴급 상황 때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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