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이슈 점검]“국제여객터미널 이전땐 중구 상권 몰락 불보듯”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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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항 개방-터미널 존치

조속한 내항 개방과 개발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주요 도로마다 내걸려 있는 인천항 주변의 중구 도심. 이곳 주민들은 23일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조속한 내항 개방과 개발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주요 도로마다 내걸려 있는 인천항 주변의 중구 도심. 이곳 주민들은 23일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인천 중구 답동 사거리를 비롯해 인천항 주변 거리 곳곳에는 ‘국제여객터미널 이전 계획 반대, 내항(內港) 재개발’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중구 주민들은 지난달 20일 취임 후 닷새 만에 인천항을 방문한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을 찾아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건의서를 전달했다.

중구에서는 제1, 2국제여객터미널 존치와 인천 내항의 개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송도국제도시 인근 아암물류 2단지에 짓고 있는 국제여객터미널이 2016년 완공되면 중구 관내 제1, 2국제여객터미널이 이전된다. 그럴 경우 중구 지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10개 항로의 국제여객선이 입출항하는 국제여객터미널은 2013년 기준으로 연간 101만7000명의 여객과 화물 38만4276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를 처리해 지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주민과 상인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23일 1만여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하승보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63)은 “국제여객터미널이 이전하면 중구 일대 상권이 몰락해 공동화 현상이 벌어지는 만큼 현명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비상대책위와 주민들은 현재 1, 2국제여객터미널로 분산된 터미널을 내항 1∼3부두로 통합한 뒤 기존 10개 중국 항로 외에 추가로 항로를 개설해 중국 관광객 전용 여객 부두로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 5부두는 국제비즈니스, 상업지구로 육성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6∼8부두는 연안부두, 월미도 등 관광 인프라와 연결해 한류 공연과 문화 프로그램이 펼쳐지는 친수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구 주민들에게는 상권이 붕괴되고 도심 공동화 현상을 경험한 일종의 ‘트라우마’가 있다. 1985년 중구에 있던 인천시청이 남동구 구월동으로 이전했고 2000년대 초반에는 인천지방경찰청마저 떠나면서 중구는 심각한 공동화 현상을 겪었다. 이후 차이나타운, 송월동 동화마을, 인천 아트플랫폼, 개항장 문화지구, 자장면 박물관이 조성되면서 옛 명성을 찾아 가고 있다.

중구 관계자는 “국제여객터미널 이전은 중구의 공동화 현상을 가속시키고 관광 인프라 구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중국 여행객 전용 부두 등 대안을 정부가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인천신항 개발은 10여 년 전부터 항만개발기본계획에 따라 이뤄진 국책사업이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국제여객터미널의 활용 방안을 주민과 함께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섭 인천 중구청장
김홍섭 인천 중구청장
▼ “국제여객터미널을 내항으로 통합 확대해야” ▼

한국 방문 외국관광객 1400만 명 시대에 인천 중구는 한국의 관문으로서 자긍심이 높은 곳이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인천국제공항과 인천과 중국을 오가는 제1, 2국제여객터미널이 중구에 속해 있다. 정부는 송도국제도시 인근에 조성 중인 인천 신항에 국제여객터미널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아직 신항 주변의 기반시설은 전무하다. 기반시설 조성을 위해 대규모 혈세가 또다시 투입돼야 한다.

중구는 경인전철, 수인선, 제1·2경인고속도로, 제2외곽순환도로가 지나는 교통의 요지다. 차이나타운 동화마을 월미도 연안부두 자유공원 영종·용유 등 풍부한 관광인프라도 갖추고 있다. 중구는 40여 년간 인천 내항(內港)을 오가는 화물차 통행, 소음, 분진, 인구 유출, 재산 가치 하락 등 막대한 피해를 감내하며 살았다. 그럼에도 정부는 망신창이가 된 주민들의 절규를 외면한 채 지역 경제를 떠받쳐 온 제1, 2국제여객터미널의 신항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2013년 5월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약속한 인천항 1·8부두 개방 및 재개발 로드맵도 지켜질지 의문이다. 3월 9일 이 사업의 시행사업자 모집을 위해 재개발 사업을 고시했지만 공공 기반시설 조성을 민간사업자(시행자)에게 부담시키는 조건 탓에 시행자가 선뜻 나설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40여 년간의 주민 희생과 공공성을 감안한다면 정부는 국고 투입을 통해 내항 전체의 개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 국제여객터미널을 내항으로 통합 확대해 중국 관광객 전용 여객항으로 육성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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