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340억원대 대포차 유통업자 뒤에 ‘범서방파’ 있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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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행동대장, 1위 업자 포섭… 딴마음 못먹게 아파트서 동거
조직 자금 5000만원 투자한뒤 4년간 1700대 유통 20억 챙겨

고급 외제차들 줄줄이… 국내 대포차 판매 1위 김모 씨가 자신의 온라인 사이트에서 판매하던 대포차들. 왼쪽부터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LP640,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서울 강서경찰서 제공
조직폭력배들의 ‘사업 아이템’이 다양해지고 있다. 국내 대포차 판매 1위 업자와 자신의 아파트에서 함께 살며 고급 외제 대포차 등을 판매해 40배의 수익을 올린 ‘범서방파’ 행동대장이 경찰에 적발됐다. 대포차 업자의 주요 고객이던 폭력배가 아예 공급자로 나서 대포차 사업을 새로운 수익 창구로 악용하고 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온라인 대포차 거래 사이트(www.88ca.co.kr·폐쇄 조치)를 개설해 2010년 4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총 340억 원 상당의 대포차 1700여 대를 유통시킨 김모 씨(32)를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이모 씨(37)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사채업자 등에게서 사들인 람보르기니, 포르셰 등 슈퍼카를 포함한 고급 외제차를 되파는 수법으로 막대한 이익을 남겼다. 조직이 아닌 단일 유통업자 규모로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경찰 관계자는 “보통 대포차 유통업자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한 명의 대포차 공급업자에게만 물건을 받는데 김 씨는 위험을 감수하고 복수의 공급업자와 거래하며 많은 물량을 단기간에 확보해 높은 불법 수익을 거뒀다”고 밝혔다.

문제는 김 씨의 대포차 사업이 전국 3대 폭력조직 중 하나로 꼽히는 범서방파 행동대장 박모 씨(39)의 조직 자금을 통해 운영됐다는 점이다. 박 씨는 대포차 유통 사업으로 큰돈을 벌 생각으로 김 씨를 포섭했다. 2010년부터는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에서 아예 김 씨와 함께 살며 불법인 대포차 사업 확장에 나섰다. 조직에서 매달 받는 자금 100여만 원으로 ‘동생’들을 먹여 살릴 수 없다는 이유였다. 박 씨는 초기 사업자금으로 5000만 원을 투자해 지난해까지 4년간 20억 원을 벌어들였다. 2012년 폭력행위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동안에도 수익금을 챙겼다. 경찰 관계자는 “박 씨가 수완이 좋은 김 씨를 놔주지 않으려고 폭력을 행사하는 등 4년 동안 김 씨를 데리고 살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박 씨의 신원을 확보해 여죄를 조사하고 있다.

박 씨와 김 씨는 불법이지만 적은 돈으로 허영심을 채우고 싶어 하는 일반 시민들에게 대포차를 판매해 사업 규모를 키웠다. 경찰 조사에서 김 씨는 “‘허세’를 부리기 위해 고급 외제차를 대포차로 구입하는 손님이 많았다”고 진술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판매자는 물론이고 벌금형에 그치는 구매자 처벌 수위를 지금보다 높여야 대포차 유통이 근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폭력배들이 합법을 가장한 다양한 사업에 뛰어드는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경찰 단속이 강화되면서 조직폭력배들이 과거처럼 성매매에 개입하거나 보호비 명목으로 업소에서 돈을 빼앗는 등의 행위로 돈을 챙기기 어려운 환경이 됐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폭력조직은 은밀하게 폭력을 동원해 기업을 인수합병하거나 정보를 빼내 주식에 투자하는 등 합법을 가장한 지능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런 수법의 조직폭력배들을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 대포차 ::

부도난 기업이나 노숙인 명의로 돼 있어 실제 운전자와 법적 소유자가 다른 차량. 소유주를 찾기가 어려워 각종 범죄에 이용되기 쉽다. 대부분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하면 보상받기 어렵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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