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만 봐도 세월호 아이들 생각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파란바지 의인’ 김동수씨 자해
구조참여 진도주민들 단원고 방문

“지나가는 학생을 볼 때마다, 창문을 봐도 (세월호에 갇힌) 아이들이 생각난다. 잊으라 하는데 어찌 잊을 수 있겠나.”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 침몰 당시 학생 10여 명을 구조해 ‘파란바지의 구조영웅’으로 불린 김동수 씨(50·당시 화물차 기사·사진)는 아직도 1년 전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20일 오전 제주국제공항에서 만난 김 씨의 왼쪽 손목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다. 전날 오후 그는 제주시 조천읍 자택에서 흉기로 자신의 왼쪽 손목을 자해했다. 다행히 딸(18)의 재빠른 신고로 근처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귀가했다.

김 씨는 “더이상 먼저 간 아이들에게 죄인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며 “나 스스로도, 가족들도 나만 사라지면 모두 편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김 씨는 지난해 10월부터 1주일에 한 번씩 경기 안산시 세월호 트라우마센터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20일에도 안산에 와 치료를 받았다. 이곳에서 상담을 받고 신경안정제를 처방받는다. 문제는 안정제 처방량이 늘고 있다는 것. 김 씨는 “살려 달라고 창문을 두들기던 아이들을 잊으려면 약을 먹어야 한다. 그러다보니 항상 약에 취해 사는 기분”이라며 “해가 진 밤에는 정신적 고통 때문에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지난해 11월 의사상자 신청을 했으나 선정되지 못했다. 정부에서 요구한 추가 서류를 제때 내지 못해서다. 그는 “국회와 제주도청에 하소연했지만 돌아온 건 아무것도 없다. 세월호특별법에서 생존자는 뒷전이고 유가족이 먼저가 됐다. 살아남은 우리에겐 무엇 하나도 해결된 것이 없다”며 아쉬워했다.

한편 세월호 침몰 때 구조에 나섰던 전남 진도군 조도면 5개 섬 주민 89명은 이날 안산 단원고를 찾았다. 주민들이 도착하자 학생들은 “와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며 노란 카네이션 한 송이씩을 건넸다. 주민들도 학생들의 손을 잡으며 “이렇게 살아있으니 우리가 오히려 고맙구나”라고 위로했다. 이에 앞서 주민들은 안산시 초청으로 18일 2박 3일 일정으로 올라와 유가족 등을 만났다.

제주=임재영 jy788@donga.com / 박성진 / 안산=남경현 기자
#김동수#파란바지 의인#세월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