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금도 30대 주부 “헬기참사 해경도 힘들텐데 어떻게 부탁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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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 딸 고열에 발만 동동
뒤늦게 요청… 경비정 이송

“생후 27개월 된 딸이 열이 펄펄 끓지만 차마 부탁하기 어려워서….”

15일 오후 8시 전남 신안군 팔금도 보건지소에 30대 주부가 딸 이모 양(3)을 껴안고 들어왔다. 주부는 3시간 동안 딸의 열을 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고열이 지속되자 보건지소로 달려온 것. 보건소 공중보건의 류수민 씨(29)가 해열제를 먹였으나 40도까지 오른 열은 좀체 내리지 않았다. 보건소에는 X선 촬영 장비는 물론이고 간단한 혈액검사 기기조차 없었다.

팔금도는 전남 목포에서 서쪽으로 26km 떨어진 섬. 인근 암태도, 안좌도, 자은도와 다리로 연결돼 있다. 4개 섬에는 주민 9200여 명이 살지만 보건지소 4곳에 의료장비가 없다. 공중보건의 7명이 근무하지만 응급환자 치료가 늘 어렵다. 여객선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에 12편 운항한다. 암태·안좌도에 개인의원 2곳이 있지만 야간진료를 하지 않는다.

류 씨는 이 양의 어머니에게 “열이 내리지 않아 위험한 만큼 전문의가 있는 육지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해경에 도움을 요청하자”고 권유했다. 그렇지만 이 양의 어머니는 “해경이 13일 가거도 헬기 추락으로 힘들 것 같은데 여객선이 운항하는 16일 아침까지 기다려 보자”며 주저했다.

고열이 지속되자 류 씨는 이 양의 어머니를 설득해 15일 오후 8시 58분 해경에 구조요청을 했다. 구조요청을 받은 목포해양경비안전서는 경비정 P-96정을 급파했다. 이 양과 어머니는 P-96정을 타고 40분 만에 목포에 도착했다. 목포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이날 오후 11시 반경에야 열이 내렸다.

팔금도 보건소 관계자는 “해경 헬기 추락사고 이후 섬 지역 주민들은 밤 시간대에 이송 요청하는 걸 미안해하는 분위기”라며 “복지 여건이 가뜩이나 열악한 상황에서 더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목포해경의 섬 지역 주민 긴급 이송 건수는 2012년 185건, 2013년 210건, 2014년 338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전국의 섬 3405곳 가운데 2119곳(62%)이 전남에 있다. 전남 지역 유인도 296곳에 사는 주민 수는 16만9124명에 이른다.

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팔금도#헬기참사#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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