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신해철 사망 ‘의료 과실’ 결론…“두 번의 기회 놓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3일 15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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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신해철 씨의 의료사고 의혹을 조사해 온 경찰이 신 씨의 사망은 상태가 악화된 환자에 게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의사의 과실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신 씨의 집도의인 서울 송파구 S병원 강모 원장(45)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3일 밝혔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실시한 신 씨의 부검 결과와 대한의사협회 및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진료기록 감정 등을 종합해 결론을 내렸다.

경찰에 따르면 강 원장은 지난해 10월 17일 신 씨에게 위장관유착박리술을 시행하면서 환자 동의 없이 위 축소 수술을 병행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생긴 손상이 신 씨의 소장과 심낭에 천공을 발생시켜 복막염과 패혈증을 유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술 후 신 씨는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지만 강 원장은 “통상적인 회복 과정이다”라고 설명했을 뿐 통증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경찰은 강 원장이 환자의 상태를 호전시킬 두 번의 기회를 놓쳤다고 판단했다. 병원 측은 수술 이틀 뒤인 19일 신 씨의 가슴 엑스레이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 상으로 복막염 증세가 진행되고 있었음에도 위급 상황임을 판단하지 못해 귀가 조치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당시 신 씨는 복막염이 확장돼 패혈증에 이른 상태로 어떤 조건에서도 퇴원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20일 신 씨는 복통과 흉통, 고열에 시달려 재차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강 원장은 신 씨에게 “수술 이후 일반적인 증상이다. 참아야 한다. 복막염은 아니니 안심하라”면서 마약성 진통제와 산소만 투여했고, 또 다시 퇴원을 허락했다. 강 원장은 경찰 조사에서 “신 씨가 ‘연예계 활동 때문에 퇴원해야 한다’고 말해 막을 수 없었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강 원장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술 과정에 문제가 있었더라도 사후 환자 관리 과정에서 적절한 조치만 취했다면 (신 씨가) 사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라며 “19, 20일 두 차례 기회를 놓친 것은 명백한 과실이다”라고 강조했다.

신 씨의 유족의 변호인은 경찰 조사 결과에 대해 “대체로 만족하지만 아쉬움도 남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초 유족 측은 강 원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와 상해 치사(환자 동의 없는 위 축소 수술 시행), 의료법 위반(진료기록부 내용 부실), 업무상 비밀누설죄(진료기록부 온라인 공개) 등 네 가지 혐의로 고소했으나 경찰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만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강 원장이 환자 동의 없이 불필요한 위 축소 수술을 시행했지만 사망과 직접적인 인과 관계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의료법 위반과 업무상 비밀누설 혐의에 대해선 범죄와 연관성이 없고 증거도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족 측 변호인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업무상 과실치사 외에 나머지 혐의도 검찰 조사를 통해 입증되기를 바란다”면서 “검찰 조사와 별도로 강 원장에 대한 민사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윤철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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