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에 사는 유방암 초기 환자 송모 씨(56)는 지난달 초 같은 처지인 이모 씨(55)에게서 이런 제안을 받았다. 이 씨는 인터넷에 소개된 아바타 테라피(인형 분신을 이용한 치유법) 얘기를 들려주며 “같이 해보자”고 했다. 지푸라기라도 잡아야겠다는 심정으로 경기도 성남에 있는 원격 기(氣) 치료방을 찾았다. 자신의 이름을 쓴 인형 1개, 아픈 부위 1곳에 침을 놓는데 50만 원이 든다고 했다. 암 치료를 위해서라면 아깝지 않았다. 돈을 내고 인형 침술을 받았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병세에 차도가 없었다.
송 씨 등은 “효과가 없다”며 항의했고 결국 직접 침을 맞기로 했다. 7일 오후 3시 반경 달서구 대곡동의 송 씨 집에서 출장 온 기 치료방 운영자 김모 씨(50)가 시술했다. 두 사람은 길이 13㎝가량의 침이 아랫배에 6차례 깊숙이 들어왔지만 꾹 참았다. 그러나 의료 자격이 없는 김 씨가 놓은 침은 결국 일을 냈다. 치료 효과를 기대한 송 씨는 4일간 심하게 앓다가 숨졌고 이 씨는 병원을 찾아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송 씨의 사망 원인은 복막염으로 인한 패혈증 쇼크로 밝혀졌다.
달서경찰서는 24일 김 씨를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으로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대의학으로 믿기 어려운 시술에 기대는 환자들이 간혹 있는데 무자격 침술사가 이를 악용한 사례”라며 안타까워했다. 경찰은 추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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