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청소하며 동전모아 1200만원 기증한 환경미화원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0일 17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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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들도 어려울 텐데 이렇게 도와주기까지….”

5일 오후 서울 관악구 삼성동시장의 한 쪽방에서 문 밖을 바라보던 김영묵 할머니(78)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문 앞에는 20㎏짜리 쌀 1포대가 놓여 있었다. 고관절 질환을 앓는 김 할머니는 걸음이 불편해 일을 할 수 없다. 나라로부터 생계비 지원을 받지만 그 마저도 아끼느라 먹는 건 항상 부실하다. 이런 그에게 흰쌀 1포대는 올겨울 최고의 선물이었다.

김 할머니에게 쌀을 선물한 이들은 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원들이다. 3000여 명의 미화원들은 지난 한해 동안 새벽 길거리와 쓰레기장을 청소하며 100원, 500원씩 동전을 모았다. 이렇게 모은 동전이 ‘1250만 원’에 달한다.

대부분 형편이 어려운 환경미화원들에게 결코 적지 않은 돈이지만 이들은 선뜻 기부를 결정했다. 관악구 소속 환경미화원 정진근 씨는 10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솔직히 ‘견물생심’이 어찌 들지 않겠느냐”면서도 “경기가 좋지 않아 예전보다 더 추운 겨울을 나고 있는 이웃들을 생각하면 차마 우리가 쓸 수가 없었다”고 했다.

환경미화원들은 1년 간 모은 결실을 ‘쌀 기부’라는 행동으로 옮겼다. 겨울철 홀로 지내는 쪽방촌 노인들이 식사라도 제대로 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이들이 구입한 쌀은 독거노인들이 많은 관악구(140포대)와 영등포구(140포대)에 전달됐다. 김 할머니는 “20㎏ 쌀 1포대면 2개월은 버틸 수 있다”며 “환경미화원 아저씨들의 고마움을 늘 생각하며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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