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계고 출신의 장애인 A 씨(29)는 지난해 여름 온라인 광고를 보고 알게 된 이모 씨(28)에게 인문계고 생활기록부를 건네받았다. 지인의 생활기록부에 A 씨 자신의 사진과 이름을 입힌 가짜 생활기록부였다. 대기업 특별전형 취업을 노리던 그가 지원 과정에서 인문계고 졸업 경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문서 위조를 직업으로 삼은 이 씨에게 작업을 의뢰한 것이었다. 가짜 생활기록부를 구한 A 씨는 결국 본인이 원하던 대기업에 취업했다.
이 씨의 실력발휘를 원한 건 A 씨 뿐만이 아니었다. 초졸 학력이 콤플렉스였던 정모 씨(52·여)는 고교 졸업증서, 낮은 학점이 고민이던 대학생 정모 씨(28)는 성적증명서 위조를 이 씨에게 의뢰했다. 예비군 훈련을 미루려고 가짜 진단서를 원한 사람도 있었다. 건당 30만~50만 원을 받으며 이 씨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증명서 93개를 위조해 2500여만 원을 챙겼다. ‘밀항, 3국 신분 작업’ 등 거창한 표현을 쓰며 위조전문가라고 자처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인터넷을 통해 익힌 간단한 포토샵 작업만으로 그는 일반인이 식별하기 힘든 정교한 위조문서를 만들어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2년간 인력파견 업체를 운영하다 사업이 망해 수천 만 원의 빚에 시달리면서 이 같은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공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이 씨를 구속하고 위조를 의뢰한 A씨 등 8명을 불구속입건했다고 3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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