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의 사단장과 여단장 등 고위 지휘관들이 부하 여군에게 저지른 성범죄가 논란이 되는 가운데 해군 현역 고위 장성도 여부사관을 성추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해군 A 장성은 2011년 서울로 출장을 갔다가 자신을 보좌하던 여성 B 부사관을 성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두 사람은 같은 숙소에 머물고 있었다. A 장성이 B 부사관의 방으로 찾아가 문을 열어 달라고 한 뒤 강제로 껴안고 볼에 입을 맞췄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다른 소식통은 “B 부사관은 A 장성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 계속 거부했지만 A 장성은 ‘괜찮다’며 더 심한 행위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당시 B 부사관은 이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동료 부사관에게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장기복무나 진급 등 인사상의 불이익을 우려해 성추행 피해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사건 직후 A 장성의 지인이 B 부사관에게 전화를 걸어 관련된 사실을 공개하지 말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 사건은 국방부와 해군에 공식적으로 보고되지 않았다. 사건 이후 시간이 많이 흘러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재 군 인사법상 징계 시효는 3년이어서 더이상 징계 대상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군 형법상 강제추행죄 공소시효는 10년이기 때문에 혐의가 입증되면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이 사건 외에도 몇 년간 해군 내 성추행과 성희롱 피해를 당한 여군 장교와 부사관이 적지 않지만 신분 노출 등 2차 피해 때문에 고충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해군 호위함 함장(중령)이 술에 취해 부하 여군을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보직 해임된 이후 피해 여군들은 주위의 편견과 언어폭력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피해 여군들을 조사할 때 ‘원인 제공을 했기 때문에 상대방이 그런 행동을 한 것이 아니냐’고 몰아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군내 성범죄 예방을 위해 신고와 처벌규정 강화에 앞서 여군을 ‘전우’로 대하는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군 관계자는 “군 당국이 일벌백계 의지를 갖고 그간 쉬쉬해 온 성범죄 사건을 적극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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