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를 주도한다고 자화자찬하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최근 일일드라마에서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윤리 파괴적인 내용을 여과 없이 내보내고 있다. 단순히 설정이 지나치다는 정도를 넘어 뺑소니와 납치, 협박, 폭력 등 ‘범죄의 백과사전’ 수준까지 나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사회의 공기인 지상파가 시청률에 얽매여 제 역할을 망각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내 방송심의소위원회(위원장 김성묵)는 최근 MBC TV 아침드라마 ‘폭풍의 여자’와 SBS TV 저녁드라마 ‘사랑만 할래’에 대해 각각 주의와 경고의 법정 제재 의견을 내고 전체회의에 상정했다. 전체회의는 12일 최종 결론을 내린다.
‘폭풍의 여자’의 경우 지난해 11월 20일 방영분에서 남자 주인공 무영과 불륜 관계인 혜빈이 무영의 부인인 정임을 불러 술을 마시고, 술에 취한 정임을 거실에 남겨둔 채 옆방에서 무영과 장시간 키스와 애무를 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11월 27일과 12월 1일 방영분에서는 혜빈의 딸이 정임의 딸을 계단에서 밀쳐 식물인간이 되는 상황이 벌어지자 혜빈이 이를 사고로 위장한다는 내용을 내보냈다. 또 정임의 어머니가 혜빈의 딸 때문에 손녀가 식물인간이 된 걸 알고 충격을 받은 채 길을 건너다 사위(무영)의 차에 치여 숨지자 혜빈이 사고를 은폐하는 내용도 내보냈다. 이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최고 14.5%(닐슨코리아)까지 기록했다. 심의소위에선 위원 3명이 주의, 2명이 경고 의견을 냈다.
‘사랑만 할래’도 제작진이 드라마의 기획 의도로 ‘따뜻한 가족 드라마’ ‘가슴 찡한 가족의 사랑’을 내세웠지만 실제 내용은 딴판이다. 병원장인 동준이 남자 주인공을 납치해 야산으로 데려간 뒤 얼굴과 어깨만 남긴 채 땅에 묻는 장면(12월 1일), 땅에 묻힌 남자 주인공을 꺼냈다가 자신이 원하는 자료가 없자 다시 묻는 장면(12월 2일) 등 충격적인 내용을 내보냈다. 병원장이 부인을 납치해 자동차 조수석에 밧줄로 묶은 뒤 절벽에서 떨어뜨릴 것이라고 협박하는 장면(12월 5일)도 나왔다. 이에 대해 심의위원 5명 전원이 경고 의견을 냈다. 이 드라마는 최고 13.3%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지난해 12월 종영했다.
방심위의 한 관계자는 “지상파가 일일드라마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막장’의 수위를 점점 높여가고 있다”며 “패륜적 내용에 대해선 강력 제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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