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애견호텔 맡긴 개가 덜컥 임신했다면?

  • 동아일보

견주 “원치 않는 임신… 돈 못내”, 업주 “치료-보호에 최선” 고소
檢 “양측 주장 모두 인정” 각하 결정

경북 포항시에 사는 A 씨는 지난해 6월 21일 암캐인 햇님이(잡종견)와 달님이(슈나우저)를 북구 대흥동의 한 애견하우스에 맡겼다. 호텔 보호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다음 달 22일 개를 찾으러 간 그는 깜짝 놀랐다. 햇님이가 덜컥 임신을 했기 때문이다. A 씨는 항의했고 업주 B 씨는 “일부러 교배시킨 것은 아니다”면서 햇님이가 출산할 때까지 무상으로 보호해주기로 했다.

햇님이는 같은 해 9월 자연분만이 어려워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새끼는 출산 도중에 모두 죽었고 이 과정에서 햇님이도 세균에 노출됐다. 결국 햇님이는 자궁을 적출하는 수술까지 받았고 B 씨는 수술과 치료비용을 냈다.

하지만 A 씨는 예기치 않은 임신 등을 이유로 호텔 비용 68만 원을 낼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이에 B 씨는 같은 해 10월 “치료와 보호 등 충분히 책임을 졌다. A 씨가 호텔 비용을 주지 않으려는 것은 애초부터 지불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라며 그를 사기 혐의로 대구지검 포항지청에 고소했다.

조사를 벌인 검찰은 23일 각하 결정을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양측의 잘못을 다투는 민사사건으로 봐야 한다. 개의 원치 않는 임신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는 주인의 주장과 치료비용을 부담한 애견 호텔의 책임 이행 부문이 모두 인정된다”고 말했다.

포항=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애견#호텔#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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